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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삶 그린 영화 '쿤둔'

중앙일보

입력

정부는 끝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담은 영화 〈쿤둔〉은 18일 선보인다.

달라이 라마 방한준비위는 그의 방문이 무산되자 〈쿤둔〉을 통해 달라이 라마 바로 알기 캠페인을 벌이겠다고 한다.

8일에는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각계 인사 3천명을 초청해 특별시사회를 가졌고 개봉 후엔 서명운동과 성금모금운동을 펼 계획이다.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의 명장 마틴 스콜세지가 감독한 〈쿤둔〉은 제작 때부터 고초를 겪었다.

중국 정부의 민감한 반응으로 인도로 결정했던 촬영지가 모로코로 바뀌었고 1998년 제작완료 후 아시아권에선 일본에서만 상영됐다. 이번 한국 상영은 아시아에선 두번째다.

영화를 본 후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가 오열했다는 〈쿤둔〉은 뉴욕비평가협회.전미비평가협회 등에서 앞다퉈 상을 줬을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달라이 라마의 신비한 생애와 스콜세지 감독의 연출력이 맞물려 영화 속 쿤둔 스토리는 또 다른 티베트 경전이 되고 있다. 〈쿤둔〉 은 살아 있는 성인 14대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담담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훑어내린다.

1933년 13대 달라이 라마가 서거하자 섭정 중이던 레팅 린포체는 어느날 환영을 보고 달라이 라마를 찾기 위해 국경지대로 승려들을 보낸다.

태어날 때부터 성조(聖鳥)인 까마귀가 함께 했다는 두살바기 된둡은 가족과 밥을 먹어도 상석에 앉아야 하고 부모에게 자기가 태어날 당시의 이야기만 해달라고 조른다. 그리고 라마의 사원이 있는 라사로 가야한다고 말하는 아이다.

모든 테스트를 거쳐 14대 달라이 라마의 자리에 오른 된둡에게는 시련이 기다릴 뿐이다. 사춘기에 중국의 침략을 받고 59년엔 독립시위에 대한 중국측의 잔혹한 진압으로 1백만이 넘는 백성을 잃는다. 18세엔 중국의 암살 위험을 피해 긴 망명길을 떠나야 한다. 이런 역경 속에서도 그가 보여주는 의연함이란….

만신창이된 채 망명길에 오른 그가 인도 국경을 넘으며 "나는 그림자일 뿐이요. 물 위에 비친 달처럼 나를 통해서 그대들의 선한 그림자를 보길 원할 뿐" 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선 좌중이 숙연해진다.

달라이 라마의 극중 대사 한마디 한마디는 작가 멜리사 매티슨이 실제 달라이 라마와 오랜 대화 끝에 삭여낸 것들이어서 지혜의 향기가 그윽히 배어나고 풍광과 정취는 황홀할 만큼 아름답다.

특히 중국군이 티베트를 침략하는 장면이나 수 천명의 티베트인 시체가 달라이 라마를 중심으로 누워 있는 장면은 선언적이고 상징적이다.

출연진은 1백% 아마추어 연기자다. 그런데도 아역부터 성인까지 쿤둔역을 맡은 네 명의 연기는 하나같이 자연스럽고 종교적 믿음이 묻어난다.

달라이 라마의 조카가 달라이 라마 생모 역을, 티베트의 마지막 수상의 아들이 된둡의 아버지 역을 맡아 열연했다.

-Note-
"우리 병사가 5천이나 되지? 5천이라…. 아주 많군. 티베트는 안전 할꺼야…."
열두살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도발 앞에서 신하에게 한 말이다. 물질의 경계를 넘어 정신계에 있는 그에게 매혹당했다는 스콜세지의 고백을 이해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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