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 지원, 겉치레보다 내실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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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신창이가 된 한국축구 회생을 위해 정부와 대한축구협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2000시드니올림픽 8강진출 실패와 아시안컵대회 부진으로 위기에 몰린 국내 축구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부, 축구협회, 월드컵조직위, 국민체육진흥공단이 9일「2002년월드컵 필승대책위원회」를 구성, △정상급 외국인 감독영입 △대표팀 상시훈련 △유망선수 해외진출 및 대표팀 해외전훈 등 '비상대책'을 마련했다.

대책위원회의 수장은 문화관광부 차관보가 맡을 예정.

바닥에 떨어진 축구 자존심을 되살린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정부와 축구협회는 이날 회의에서 축구트레이닝 센터를 11월중 파주에 착공하고 월드컵 16강이상 진출시 상당한 수준의 특별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하는 등 응급처방을 냈으나 '벼락치기수준'을 벗어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표선수들의 징집을 월드컵이후로 미루고 축구협회의 법인화를 지원 등 각종아이디어가 나오긴 했지만 1년8개월을 앞두고 내려진 처방의 효율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트레이닝센터를 지어 2001년까지 완공, 가동한다하더라도 잔디생육 등을 고려할 때 큰 도움이 될 지도 의문이고 이미 1-2년전부터 필요성이 대두됐음에도 정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조가 매끄럽지 않아 사업추진속도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데 신속히 대응한 점은 나름대로 높이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몇가지 보완할 점은 국가대표 상시운영으로 인해 자칫 국내 프로리그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유망선수의 해외진출로 팬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데다 스타플레이어들까지 대표팀에 묶일 경우 프로구단의 '비즈니스'는 더욱 어렵게 되는 데 이에 따른 유형무형의 손해를 정부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보완해주는 방안도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또 학원스포츠의 퇴조와 함께 체육특기생입학을 위한 `4강제'로 인해 중.고교축구가 왜곡되고 있는 점이나 국군체육부대로 채널이 획일화돼있는 육해군 3군팀을 부활, 보다 많은 선수가 병역과 선수생활을 병행하도록 해 경기력을 유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귀를 귀울일 만 하다. (서울=연합뉴스) 김용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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