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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교향악단 내분 다룬 심층기사 돋보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3호 34면

창간 5주년 특집호인 262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기사는 ‘와이드샷’이었다. 한 장의 사진을 두 면에 걸쳐 실어 평소에도 눈길을 끌던 코너인데, 지난주엔 5년간 중앙SUNDAY에서 인터뷰 한 주요 인물의 사진 30장이 실렸다. 30명 중 절반가량은 이름을 굳이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는 이들이었다. 나머지 절반도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뉴스 가치가 있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만큼이나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평범한 얼굴은 왜 이 사진들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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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TV프로그램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한 10대 소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책 표지를 가리키며 한 말이 생각난다. “이 사람 되게 유명하대요. 저 같은 환경에서 유명한 사람이 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또 다른 한 소녀는 아르바이트 해서 번 돈을 언어 장애를 가진 어머니의 노트에 끼워 놓았다. 그 노트는 어머니가 언어 장애로 인해 인생의 또 다른 장애를 만날 때마다 자신의 심경을 시로 써서 기록하던 노트였다. 왜 이런 사람들은 지난주 중앙SUNDAY의 와이드샷에 얼굴을 올릴 수 없었던 걸까. 반 총장에 대해 이야기하던 소녀의 말처럼 이들이 유명해지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일까.
어릴 적 보았던 신문에선 잉크 냄새가 났다. 아무 생각 없이 집어서 펼치다 보면 손에 잉크가 그대로 묻어나곤 했다. 기술 발달 덕택인지 요즘 신문에서는 잉크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잉크 냄새와 함께 사람 냄새도 사라져 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예전의 잉크 냄새 나는 신문이 그리워지는 것처럼 사람 냄새 나는 신문이 보고 싶다고 한다면 너무 감상적인 제안일까.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실리면 좋겠는데, 이들이 중앙SUNDAY가 지향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기 전엔 힘든 것일까. 시민·사회·봉사단체 등에서 일하는 이를 필진으로 섭외해 이들이 현장에서 만난 이웃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실어보는 건 어떨까.

또 다른 눈길을 끈 기사는 김명호·김상득 등 대표 필진 2인의 인터뷰였다. 솔직한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칼럼이, 더 나아가 중앙SUNDAY에 실린 모든 기사가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생산되는 건지를 잘 알 수 있었다.

KBS교향악단 지휘자와 단원들의 갈등 문제를 다룬 1면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 깊이 다루지 않은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32면 ‘송기원의 생명과 과학’에서 다룬 보톡스 이야기는 흔히 주름을 없애는 약으로 인식되는 보톡스가 복어에 버금가는 독성 물질이라는 점과 이것이 우리 몸 안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가를 잘 전달해 주었다. 다만 보톡스가 신경 전달을 억제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화학물질 이름 등 다소 어려운 용어들이 등장했는데 그 과정을 그래픽으로 제공했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권수미(번역가)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호주 매콰리 대학교에서 ‘사이버 문화와 법’ 석사 과정을 밟은 후, 현재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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