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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경영평가 이후…]

중앙일보

입력

은행권 구조조정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6개 공적자금 투입 은행의 운명이 결정됨으로써 금융지주회사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살아남기 위한 은행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 또 한차례 인원감축과 합병바람이 불 전망이다.

◇ 금융지주회사의 등장=한빛.제주은행은 부실채권 정리가 미흡한 데다 자본확충 계획이 없고, 광주은행은 외자유치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평화은행은 카드사업 부문을 팔더라도 경영정상화가 어렵다고 판정됐다.

이로써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은 내년 2월께 출범할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자회사로 들어가게 됐다. 이 지주회사에는 한국.중앙.한스.영남 등 4개 종합금융사를 하나로 합친 종금사도 자회사로 편입된다.

초기에는 각 은행의 간판을 그대로 유지하고 영업도 따로 하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지금과 달라질 게 별로 없다.

재경부 최중경 금융정책과장은 "지주회사에 들어가는 은행은 먼저 공적자금을 충분히 투입해 부실을 털어내는 데다 자금난이 생기더라도 정부 소유의 지주회사로부터 곧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도산위험이 거의 없는 우량은행이 된다" 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론 기능별로 조직을 통합한다. 은행업무는 한빛은행 조직이 주축이 될 것이고, 단기금융 업무는 통합 종금사로 합쳐진다는 얘기다.

지주회사를 몇개로 하고 자회사에 어떤 금융기관이 편입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 합격은행의 전략=조흥.외환은행은 일단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숙제가 추가됐다.

조흥은행은 ▶부실채권을 빨리 정리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을 목표수준으로 낮추고▶인원감축과 영업이익 확충을 통해 1인당 영업이익(대손충당금 적립전)을 올 연말까지 2억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외환은행은 이런 숙제에다 내년 초로 예정된 3천억원의 일반공모가 실패할 경우 외환카드 지분을 추가로 팔거나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이를 메우라는 과제가 하나 더 붙어 있다.

한편 앞으로 생존전략에선 두 은행의 입장이 엇갈린다.

조흥은행 위성복 행장은 "당분간 체력보강에 주력하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턴 지주회사 방식을 통해 대형화.겸업화로 나가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합병보다 내실을 보강하는 데 충실하겠다는 복안이다.

두 은행은 2001년 말까지 분기마다 숙제 검사를 받는다. 점검 결과 당초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 이번에 불합격된 4개 은행과 같은 운명이 될 수밖에 없다.

◇ 우량은행과 지방은행의 움직임=이달 중 발표될 가능성이 큰 한미.하나은행의 합병이 우량은행간 합병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물밑 접촉만 이뤄졌던 나머지 우량은행들의 탐색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주택.국민은행의 컬러가 너무 강해 다른 우량은행들이 합병을 꺼리고 있어 아직은 예상이 힘들다. 문제는 제주.광주은행의 지주회사 편입 후 남는 부산.경남.대구.전북 등 4개 지방은행이다.

일단은 지주회사 편입이나 합병 대상에서 벗어나 있지만 내년 예금부분보장제 실시와 초대형 은행 등장으로 영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질 경우 이들도 어떤 식으로든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간 합병으로 먼저 덩치를 키운 뒤 초대형 은행이나 지주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팔려가든가, 지역금고 등을 끌어들여 지역특화은행으로 변신하는 방안 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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