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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사람 없어 주물산업 명맥 끊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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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류옥섭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세상에 ‘나 홀로 스타’는 없다. 스타 뒤에는 반드시 스타 메이커가 있다. 헬렌 켈러 뒤에는 스승 앤 설리번이 있었고, 이율곡 뒤에는 어머니 신사임당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가 조선·자동차 분야에서 글로벌 스타로 떠오른 배경에는 주물산업이 있다. 양질의 주물제품이 지속적으로 공급됐기에 선박에서, 완성차에서 대한민국은 빛날 수 있었다.

 주물산업은 이렇게 핵심적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업종이라는 이유로 홀대받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이지만 역설적으로 인력 확보가 가장 어렵다. 청년층의 고학력화, 중소기업에 대한 낮은 인식 등은 상당수가 소기업인 국내 주물업계로의 인력 유입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주물업 현장의 주력은 50대 이상이고 20~30대 청년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청년 인력의 역할은 외국인 근로자가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이러다 국내 주물업계가 세대 간 단절로 명맥을 잇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조선·자동차산업도 타격을 받아 슬그머니 세계무대 뒤로 사라질 개연성이 크다.

 주물업계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인력 수급의 선순환 고리다. 무엇보다 주물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 고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주물업 현장에는 5~6년 숙련된 외국인 근로자가 상당수 있다. 하지만 체류기간 만료로 올해 출국해야 할 인원이 전체의 39%에 달한다. 이들 외국인 근로자의 일시 출국으로 인한 인력 공백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절실하다.

 방법은 있다. 예컨대 특정 각 요건을 모두 구비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부여하는 ‘기능비자’를 주물산업에서 4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도 부여해 더 오래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물산업의 인력 수급이 원활해지고, 외국인 근로자로 하여금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아울러 뿌리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한도를 대폭 늘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주물산업은 우리나라의 기반산업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인력난이 이어지면 폐업이나 해외이전이 속출할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주물산업을 저탄소 녹색성장 산업으로 변모시키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류옥섭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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