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기 틀고 이 닦는 한국, 1인당 쓰는 물 영국의 2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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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사우나. 한 40대 남성이 샤워기를 틀어놓은 채 3분 넘게 양치질을 했다. 발등에 세찬 물이 계속 떨어졌다. 비누칠을 하는 사이에도 물은 쏟아졌다. 1분에 10L씩만 흐른다고 쳐도 물 50~60L가 하수구로 흘러가버린 것이다.

 21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2050년 환경전망’ 보고서는 한국을 OECD 회원국 중 가장 물 부족이 심각한 나라로 지목하고 있다. 사용가능한 수자원 중 실제 끌어다 쓰는 비율이 40%를 넘어 물 스트레스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유엔이 정한 제20회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내놓은 보고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물 씀씀이는 여전히 헤프다. 1인당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하루 275L로 독일(151L), 영국(139L)을 훨씬 웃돈다. 수도요금이 싼 탓이 크다. 한국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당 610원을 받지만 덴마크는 1만1344원, 프랑스는 4599원, 독일은 4008원이나 된다.

 지난해 나온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물발자국(water footprint)에서도 한국은 1629㎥로 인구 500만 명 이상인 102개 국가 중 40번째였다. 물발자국은 생활용수 사용량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농산물·공산품 등의 생산에 들어가는 물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이처럼 물 씀씀이가 크다 보니 외국에서 수입하는 물도 많다. 대부분 ‘가상의 물(virtual water)’ 형태다. 수입한 농산물·공산품의 생산에 소요된 물을 일컫는다. 외국 농산물 수입이 많은 한국은 연간 427억㎥의 물을 사오는 셈이다. 일본·멕시코·이탈리아·독일·영국에 이어 세계 여섯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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