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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걸친 한국사랑 인요한씨, 한국인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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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인요한

“제 고향은 전라도이고 제 영혼은 한국인입니다.”

 구한말부터 4대에 걸쳐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사회 발전에 공헌한 미국인 선교사 집안 후손인 인요한(53) 연세대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21일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인 소장에게 대한민국 국적증서를 전달했다. 그동안 독립유공자 후손 등 선대의 공로로 한국 국적을 얻은 외국인은 있었지만 본인의 공로로 특별귀화자가 된 것은 인 소장이 처음이다. 인 소장은 국적증서를 받은 뒤 “비로소 한국인이 됐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하다”며 “노년을 고향인 전라도에서 보내며 한국에 뼈를 묻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자란 인 소장은 1895년 호남지역에 파견된 유진 벨(한국명 배유지) 선교사의 외증손이다. 인 교수의 할아버지 윌리엄 린튼(한국명 인돈)은 유진 벨 선교사의 사위로 일제강점기 때 항일운동에 참여했고 지금의 한남대학교를 설립했다. 이 공로로 201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난 인 소장의 아버지 휴 린튼(한국명 인휴)은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960년 순천에 결핵진료소와 요양원을 세워 결핵 퇴치에 힘썼다.

 인 소장 자신도 93년 한국형 구급차를 개발해 119 응급구조체계의 기초를 닦았다. 유진 벨 재단 이사장인 친형 인세반(62)씨와 함께 77년 이후 26차례 방북해 북한 결핵퇴치 사업을 전개하는 등 봉사활동을 펼쳐 2005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특별귀화허가를 받은 인 소장은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함으로써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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