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경제제재 사실상 해제

중앙일보

입력

이라크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사실상 효력을 상실했다.

프랑스, 러시아와 아랍권 국가들이 잇따라 의료품및 생활필수품 지원을 위해 항공기를 이라크에 보낸데 이어 이번에는 이라크가 비행금지 구역을 통과하는 국내선 운항을 재개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아무런 봉쇄조치를 취하지 않고 묵인키로 했다.

또 이라크산 석유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있는 규제도 곧 무너질 전망이다.

국영 이라크 항공은 지난 5일 수도 바그다드와 북부 도시 모슬루및 남부도시 바슬라 사이의 정기항공편 2개노선 운항을 재개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 영공에 설정한 비행금지구역을 통과하는 것으로 7년만에 다시 하늘길이 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미 국무성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6일 "민간기 비행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며 이를 묵인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단, 비행 48시간전까지 비행예정사실을 유엔에 통보해 줄 것" 을 요청했다.

또 지난 1일부터 바그다드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무역전시회에는 이라크와의 무역확대를 희망하는 서방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가 기업수는 45개국 1천5백개 업체로 참가자들은 매일 민간전세기로 바그다드에 도착하고 있다.

이 가운데엔 정부 대표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특히 요르단은 원유수입 계약체결을 위해 총리를 보내 1991년 걸프전 이후 최고위급 외빈이 됐다. 시리아와 이라크 간의 원유 파이프 라인은 이달 중순에 개통돼 하루 20만 배럴이 운송될 예정이다. 이라크는 하루 3백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바그다드에 구호물자와 의료진을 태운 비행기를 보낸 러시아와 프랑스는 이라크와의 무역확대를 염두에 두고 유엔의 제재해제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는 이에 화답, 석유수출 결제수단을 달러화에서 유로로 바꾸고 유엔의 승인을 받았다.

유엔과 미국.영국은 걸프전 이후 항공기운항 금지및 무역제한등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시해왔다.

그러나 이에 따른 식료품및 의료품 부족으로 어린이 사망이 급증하는등 이라크 국민들의 고통이 극심해짐에 따라 국제사회에 제재해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예영준 기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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