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로켓, 남쪽으로 쏘는데" MB에 묻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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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본관 백악실에서 한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유력 언론사들과 특별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중앙일보 남윤호 정치부장, 통역 김일범 행정관, 이 대통령, 블라디미르 쿠다코프 이타르타스통신 서울지국장. [청와대 제공]

26일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개최일이자 천안함 폭침 2주년이 되는 날이다. 공교롭게 이를 앞두고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20일 중앙일보를 비롯,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의 유력 언론사들과 특별인터뷰를 하고 북한 미사일 문제와 핵안보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만난 사람=남윤호 정치부장, 정리=고정애 기자

북한이 16일 광명성 3호 발사 계획을 밝힌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적은 없다. 19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북한의 발사 계획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핵무기 장거리 운반 수단을 개발하기 위한 중대한 도발 행위’란 입장이 정해졌다는 게 다였다. 나흘간 그랬다.

 그러나 20일 특별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는 미·중·일·러 정상들과 “북한의 소위 ‘실용위성’ 발사 문제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소위 실용위성 발사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김정은을 ‘북한의 새 지도자’로 지칭하며 신뢰 문제도 제기했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은 “젊은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아직 속단하기 빠르다. 과거 지도자들보다 더 폐쇄적일 것인가 개방적일 것인가에 대한 판단, (북한) 국내적으로 어떤 위치에서 하느냐, 그런 것들을 더 두고봐야 한다”(12일)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었다.

 -6자회담 참가국 언론사들은 북핵 문제에다 최근 미사일 발사 계획 발표까지 예민하게 주시하고 있다.

 “북한이 소위 실용위성을 발사한다고 하니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 오는 6자회담) 당사국 5자 정상들 사이에 토론의 여지가 조금 더 생겼다. 상당히 시기적으로 급박한데, 의견을 나눌 기회다. 대부분 5개국이 같은 생각을 가진 걸로 안다. 5개국이 노력해서 발사를 취소하도록 하는 게 가장 좋지 않나 생각한다.”

 -정부에선 김정일 사망 이후를 대북정책의 리셋(재설정) 기회로 여겼는데, 그 입장은 여전히 유효한가.

 “김정일 사망 이전 (남북 또는 북·미) 대화가 시작됐었고, 사망 이후 북·미 간 1차적 합의(2·29 합의)가 이뤄졌다. 그 합의는 사실 한·미 간 완벽한 조율을 한 거였다. 그 출발에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 그간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김정은 지칭)를 평가할 기회가 사실 없었다. 이제 갑자기 이런 문제가 터졌기 때문에 북한의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평가, 신뢰랄까 이런 것들을 이번 기회에 한번 봐야 할 것 같다. 지금으로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순 없고, 이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 이건 북한에 대한 평가, (특히) 굉장히 신뢰에 대한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한국은 가능하면 북한이 이제 새로운 지도자가 나왔고 또 새로운 자세, 새로운 입장으로 나오면 대화를 할 자세, 준비가 돼 있다. 상황을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위성을 쏜다면 미국의 식량 지원 철회 등 제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발사는 명확하게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거다. 북한이 무엇이라고 변명하든 간에 그렇다. 세계 모든 나라와의 약속을 깨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에 대해선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국제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이 이번에 남쪽으로 쏘는데 어떤 정치·군사적 함의가 있다고 보나.

 “북한이 한국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런 문제로 대한민국이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발사 기술상 극지(極地)로 보내는 게 성공 확률이 많으니까 그렇지 않나 싶은데 그건 내가 판단할 순 없다. 북한이 오랫동안 연구해서 했을 테니까. 설사 (북한이 정치적 의미를 갖고) 그렇게 했더라도 전혀 한국 국민들에게 주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리는 26일은 천안함 폭침 도발 2주년이다.

 “우리는 2년 전 천안함 46인 용사와 고 한주호 준위의 고귀한 희생을 잊을 수 없다.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강력하게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하나 된 국민이 최상의 안보란 점 다시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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