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학교폭력, 이 책이 정해드립니다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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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교폭력 예방 핸드북을 만든 안민현 경감(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과 김태형 경정, 함명선 경위, 박영현 수경, 장혜룡 경사, 이동현 상경, 조성욱 일경.

“우리가 무심하게 넘기지만, 사실은 일상생활 속에 학교폭력이 숨어 있어요. 또 자신이 실제 피해를 당하면 어찌해야 할 줄 모르고 당황하게 됩니다. 이럴 때 친절한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담았어요.”

 전북지방경찰청이 『우리함께 지켜요. 학교생활 에티켓』이라는 제목의 핸드북을 발간했다. 신학기를 맞은 초·중·고생들이 학교폭력 피해 없이 모두가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꾸려 나가자는 취지에서다.

 약 60쪽 분량의 책에는 학교폭력에 대한 설명과 유형, 대처 요령, 처리 절차 등이 일목요연하게 실려 있다. 또 학교폭력 극복 사례와 학교에서 만나는 친구·교사들에 대한 예절, 청소년 관련 단체·상담센터의 연락처를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책은 가지고 다니기 쉽도록 A4용지 4분의 1크기의 포켓북 형태로 만들었다.

TV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의 애정남 코너를 빗대 학교폭력의 기준을 정해 주는 책 속의 한 장면.

 특히 기존 교재와 달리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꾸몄다. 학생들에게 친근한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만화와 그림을 가미했다. 이를테면 TV 인기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애정남이 ‘물건을 들어 주도록 시키는 것, 빌려 달라는 것도 학교폭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 이 프로그램 사마귀 유치원 코너의 메뚜기가 나와 학교 폭력에 대한 신고 요령과 홈페이지·상담전화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친근한 캐릭터의 등장은 박영현(23) 수경과 이동현(22) 상경, 조성욱(22) 일경 등 전·의경들이 힘을 보탠 덕분이다. 입대 전에 그림·애니메이션을 전공한 이들은 전북지방경찰청의 여성청소년계 김태형 경정과 안민현 경감, 전형환 경위, 함명선 경위, 장혜룡 경사 등을 도와 책을 내는 데 일조했다.

 박영현 수경은 “딱딱하고 건조한 내용을 재미있는 이야기와 그림으로 풀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며 “한 장면을 10~20번 그릴 정도로 손 동작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특히 출판사로 넘긴 그림 파일이 깨지고 색깔이 제대로 맞지 않아, 책을 펴내기 직전 1주간은 거의 매일 날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동현 상경은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선배들에게 끌려가 구타를 당했던 기억이 떠올라 씁쓸했다. 그때 이 책에 나온 것과 같은 정보·지식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밝혔다.

 전국 최초의 학교생활 에티켓 발간은 장전배 전북지방경찰청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장 청장은 “학교폭력의 가해자들을 만나보면 ‘장난이었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아, 학생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일깨워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본청 경비국장 재직 때 전·의경을 위한 생활 핸드북을 만들어 보급하기도 했다.

 장 청장은 “『우리함께 지켜요. 학교생활 에티켓』을 30만부 가량 제작해 전북도내 초·중·고생들에게 한 권씩 배부할 계획이다”며 “교육청·지방자치단체 등과 손잡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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