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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베리 CEO 60명 “한국 금융·통신에 큰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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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르쿠스 발렌베리 회장은 1956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났다. 동갑인 사촌 야코프 발렌베리 인베스터AB회장과 함께 2006년부터 발렌베리 그룹을 이끌고 있다. 현재 일렉트로룩스(가전)·에릭슨(통신)·아스트라제네카(제약)·사브(방위산업) 등의 이사를 맡고 있다. 발렌베리가문에서는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유학을 마쳐야 한다. 그 후 스웨덴 해군장교로 복무해야 후계자 후보가 될 수 있다. 마르쿠스와 야코프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김태성 기자]

“해마다 다른 나라를 방문합니다. 더 배우고, 비즈니스 잠재력을 확인하기 위한 여정이지요. 올해 한국에 오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유럽 최대 가족 기업을 이끌고 있는 마르쿠스 발렌베리(56) 스칸디나비아엔스킬타은행(SEB) 회장은 20일 간담회에서 “잠재적인 가치가 큰 한국 시장을 살피기 위해 방한했다”고 밝혔다. 그가 이끄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의 금융·전자·제약·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기업을 경영하는, 유럽의 대표적인 가족 지배 기업으로 꼽힌다. 삼성그룹이 한때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연구한 곳이기도 하다. 스웨덴 대표 은행인 SEB는 매년 북유럽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발렌베리 그룹 주요 기업 CEO 60명을 초대해 ‘SEB 연례 콘퍼런스’를 한다. 12번째인 올해 행사는 18일부터 2박3일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렸다. 이홍구(78) 중앙일보 고문(전 국무총리)이 한국 정치와 대북 문제를 강연하고, 현오석(62)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한국의 경제 현황을 설명했다. 또 사공일(72) 전 한국무역협회장은 한국과 유럽연합(EU)·미국 등 대외무역 현황을, 서남표(76) KAIST 총장이 교육에 대해 소개했다.

 -처음으로 한국에서 행사를 한 이유는.

 “스웨덴이라는 작은 시장에 기반한 북유럽 기업들에 국제화는 생존을 위한 열쇠다. 그간 인도·중국 등지에서 행사를 열었다. 최근 급속한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은행 고객들이 각국 시장을 더 잘 이해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특히 한국은 통신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의 이동통신 4G 기술은 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크다. 금융에서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직접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 19일 이재용(44) 삼성전자 사장과의 만찬에서 어떤 얘기를 나눴다.

 “유럽 경제위기로부터 북유럽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대화했다. 이 사장은 기업의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 사장을 오랜 기간 알아왔다. 아름다운 미술관(삼성미술관 리움)도 둘러봤다. 기업의 지배구조는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도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우고, 우리의 경험도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대표단이 삼성의 발전 상황과 목표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돼 좋았다.”

 - 기업의 이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

 “이익 추구와 사회 환원은 함께 가야 한다. 양자택일을 할 수는 없다.”

 -요즘은 사회 환원이 중요해지지 않았나.

 “기업은 이익을 올려야 한다. 그래야 고용도 하고 세금도 낼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익 추구와 사회 환원은 모두를 고려하며 큰 그림을 봐야 한다.”

 - 150년을 관통하는 경영철학이 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올바른 경영자를 앉히고, 연구개발과 끊임없는 혁신도 모두 이를 위해서다. 한국 기업들이 하는 것과 똑같다.”

발렌베리(Wallenberg) 그룹

1856년 앙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스웨덴 최초의 민간은행 스톡홀름엔스킬타은행(SEB)을 세우면서 시작됐다. 2대째인 크누트 발렌베리가 건설·기계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3대째인 크누트의 조카 야코프와 마쿠스가 전자업체 에릭슨을 사들여 현재 그룹 체제를 갖췄다.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비판이 커지자 1938년 발렌베리 그룹은 사민당 정권과 ‘살트셰바덴 협약’을 체결했다. 의결권이 일반주식의 10~1000배인 ‘A주식 제도’를 도입해 안정적인 경영을 보장하는 대신 높은 소득세를 내고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5대째인 마르쿠스 발렌베리 SEB 회장이 이끄는 발렌베리 그룹은 스웨덴 인구의 4.5%인 40만 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룹 총매출은 1100억 달러로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른다.

 발렌베리 가문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를 통해 주요 계열사를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발렌베리가의 후계자들은 인베스터AB나 계열사의 주식을 갖지 않는다. ‘크누트 앤드 앨리스 재단’ 같은 4개의 발렌베리 가문 공익재단이 인베스터AB 주식 의결권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 계열사가 이익을 인베스터AB에 배당하면 이 돈은 공익재단으로 가고, 공익재단은 교육과 연구개발(R&D) 등에 쓴다. 발렌베리 가문 사람들은 계열사나 재단에 재직하면서 급여를 받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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