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벤처들 비장한 새출발

중앙일보

입력

‘벤처 초심(初心) 으로 돌아가자.’(A사 사무실에 걸린 현수막)

‘실력이 우선,코스닥은 그 다음.’(B사 전자게시판에 올린 글)

T밸리의 벤처기업들이 문어발식 몸집 불리기를 통한 ‘머니 게임’에서 다시 ‘작지만 빠르고 톡톡 튀는 조직’을 승부수로 내걸기 시작했다.

사활 건 구조조정으로 거품을 빼면서도 아이디어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회사가 속속 등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자기반성을 통해 현상황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쇼핑몰 업체인 코스메틱랜드는 한때 1백명이 넘었던 직원을 40명 정도로 줄였고,돈 안되는 사업도 과감히 퇴출시켰다.경영진은 IMF시절 구조조정 사례를 공부하느라 정신이 없고,직원들은

‘벤처 정신’ 재무장에 나섰다. 최선호 사장은“지난해 말까지 6년간 불모지인 인터넷 시장을 개척하고, IMF를 극복하면서 고생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며“상반기 반짝 핀 벤처 거품에 휩쓸려 몸집 불리기나 코스닥 등록에만 미쳤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레떼는 60명의 임직원 중 20여명을 감원했고,네띠앙은 지원인력을 영업부문으로 전환해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재웅 사장은“기술이나 아이디어로 출발한 벤처기업의 경우 요즘 엄청난 자구노력을 진행중”이라며 “뒤늦은 감도 없지 않고 다 성공하리라고 보지도 않지만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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