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클릭! 애널리스트 보고서] 유가 점차 안정된다 … WTI 배럴당 100달러 밑돌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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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값이 오르면 구매력이 악화돼 소비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몇 가지 측면에서 이런 악영향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로 경제 규모에서 원유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원유가격이 평균 배럴당 120달러가 되면 세계 GDP 대비 원유 소비액 비율은 5.3%로 2008년 수준을 넘는다. 150달러까지 오르면 경제적 부담이 2차 오일쇼크 때에 육박한다. 세계경제에 좋은, 또는 나쁜 영향을 미치는 정확한 원유가의 임계치를 계산하기는 어렵다. 다만 2005~2007년 세계 GDP 대비 원유소비액 비율이 4% 안팎이었는데 이 정도면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요즘처럼 배럴당 110달러 선을 넘나들면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된다.

 둘째는 소비자물가로 조정한 실질 원유가격이다. 실질 원유가격은 나라별로 편차가 크다. 미국은 요즘 실질 유가가 2차 오일쇼크 수준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 원유가격은 오일쇼크 때보다는 낮다. 하지만 두 나라 모두 2007년 이전의 실질 원유가격과 비교하면 지금이 더 높다. 이 밖에 미국 과거 사례로 볼 때 가처분 소득 중 에너지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면 소비 증가율이 낮아졌다. 결국 요즘 원유가격은 분명히 세계경제에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더구나 환율, 국가별 경제 규모에서 원유 순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하면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이 고유가에 느끼는 부담이 더 크다. 다시 말해 원유가격이 급등할 때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성장률 둔화,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더 빨리 나타난다. 또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는 원유 순수입국이다. 싱가포르·한국·대만·태국·인도·중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의 GDP 대비 원유 순수입액 비율이 높다. 미국이나 독일, 영국 등 서방국보다 원유가 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다른 요인은 같다는 가정 아래 원유가격이 변할 때 한국 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경상수지, 환율 등을 계산해 봤다. 원유가격이 10% 오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2~2.7%포인트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1%포인트 올랐다. 경상수지는 30억~40억 달러가 악화된다. 환율은 30~50원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의 원유가 강세는 수급이나 달러화 가치보다 투기성 자금과 이란 핵개발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 요인 등이 크게 작용했다. 이런 요인은 단기적으로는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가격 상승 요인은 아니다. 앞으로 원유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이다. ▶난방용 원유 수요가 끝나는 등 수급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고 ▶달러화 약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며 ▶투기 세력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고 ▶이란 총선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도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존의 2012년 서부텍사스유 가격 전망치인 배럴당 98달러를 유지한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 cyyoon@shinh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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