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진성어음 결제 차질없이 진행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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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추가자금 지원없이 진성어음(물품대금)을 현대건설 스스로 해결하도록 3일 결정함에 따라 현대건설이 앞으로 차질없이 이를 결제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현대건설의 주거래은행인 외환은행의 계동지점에 돌아오는 진성어음은 매월 1천억원에서 2천억원 정도.

진성어음은 주로 협력. 납품업체로부터 인력이나 물품을 제공받고 발행한 어음으로 채권단은 이를 현대건설이 책임지고 결제하도록 했다.

현대건설측은 연간 영업이익이 8천억원을 웃도는 등 수익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진성어음 결제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기성금이나 정부발주공사 어음 등이 매일 입급되기 때문에 진성어음 결제를 위한 자금조달 대책을 항상 마련해 두고 있어 결제를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현대건설의 주장이다.

그러나 진성어음 결제시 발생할 수 있는 미스매치에 대한 안전장치가 이날부터 사라지게 돼 부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됐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100억원어치의 진성어음 만기일에 대비해 역시 100억원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두었다고 하더라도 긴급한 사정이 발생하는 경우 제때 결제를 하지 못할 가능성은 기업생리상 얼마든지 있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주거래은행은 일시적인 대출을 해 주던지 하는 방법을 통해 어음을 대신 결제해 주고 추후에 받는 등 '기업과의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지만 채권단이 이날부터 진성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는 경우 자금지원을 하지 않고 곧바로 부도처리후 법정관리라는 수순을 밟겠다고 선언한 이상 이같은 안전판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적용된 조치는 변형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라고 보면 된다"며 "진성어음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주거래은행이 독단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부도 가능성은 종전보다 높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으로 볼 때 매달말 돌아오는 진성어음 규모는 부담스러운 형편"이라며 "앞으로 얼마만큼 신속하게 자구책을 실행할지가 관심"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자금난을 겪는 제2, 제3 금융권의 여신회수에 대비해 확대 채권단회의에 이들을 포함해 무차별한 여신회수를 자제시킨다는 방침이나 철저히 지켜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급한 결제자금이 모자라면 주거래은행이 도와주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에 이번 채권단의 결정은 현대건설에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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