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10년 만에 감사했더니 … 가짜 계약서 써가며 국고 타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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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국 4년제 대학 총장들의 협의기구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손병두 당시 서강대 총장(현 KBS 이사장)이 회장을 맡던 2008년 6월 “대학평가 관련 산업계 요구에 대한 연구를 외부에 맡기겠다”며 국고보조금 1억4000만원을 타 갔다. 하지만 대교협은 이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계약서도 가짜였다. 그러면서도 보조금 중 2620만원을 업무 담당자 등 내부 직원 3명이 연구비 명목으로 썼다. 나머지 1억380만원은 대교협의 대학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던 산업계 임직원 7명에게 나눠 줬다.

 대학평가·입학전형 계획 수립 등을 정부에서 위탁받은 대교협이 이 같은 수법 등으로 2008년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4년간 27건의 업무에서 국고보조금 6억4000만원을 부당하게 쓴 것으로 교과부 종합감사 결과 밝혀졌다.

 노재익 교과부 연구감사팀장은 19일 “대교협 등 정부위탁사업 수행기관은 3년마다 감사하게 돼 있다”며 “그러나 규정대로 하면 감사가 너무 많아져 2001년 이후 10년 만인 올해 초 감사를 실시했다”고 말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교협은 2009년 10월(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 대학생에게 해외연수 기회를 주는 ‘대학생 글로벌 현장학습사업’을 하면서 교과부 승인 없이 규정을 바꿔 지원 대상이 아닌 직장인들에게 1억2025만원을 지급했다. 또 지난해 3월(회장 이영길 한동대 총장)에는 지원 대상으로 확정되기도 전에 한 달 앞서 출국한 대학생 등 84명에게 2억6000만원을 지원해 엉성한 사업 진행이 지적됐다.

 특히 지난해 9월 전직 대통령의 손자가 서울 소재 명문 대학의 ‘사회기여자’ 전형에 합격했던 것은 대교협이 2010년 10월(회장 이기수 고려대 총장) 이 대학의 대입 전형 계획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승인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교과부는 대교협에 ‘기관 경고’를 하고 규정 위반 임직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부당지급 수당 등 6억4000만원은 환수 조치토록 했다.

 교과부는 이날 서울대치과병원 종합감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 병원은 연간 60억∼94억원에 이르는 의약품 구매계약을 대행하는 업체를 규정을 어기고 독점 수의계약으로 선정했다. 또 2006년 골프장 회원권을 직원 복지용으로 구입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알리지 않고 원장 등 4명만 회원권을 발급받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4년제 대학 협의체로서 1982년에 설립됐다. 대학 회비로 운영되며 정부에 대한 정책 건의와 교과부 위탁 사업을 수행한다. 현 정부 들어 대입 전형 가이드라인 수립 등 기능이 강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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