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대상 기업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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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대상 기업이 집중된 건설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한때 상위권 주택사업체였던 우성건설 직원들은 "법정관리 이후 한일그룹에 인수될 뻔 했다가 무산된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며 아쉬워했다.

경남지역 최대의 주택업체인 창원 대동주택의 경우 청산 기업으로 발표되자 직원들은 크게 당황했다.

대동주택 관계자는 "지난 4월 화의로 들어간 뒤 직원을 60%나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섰고 그동안 채권단이 자생력이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 고 말했다.

동아건설은 이미 퇴출 결정이 난 탓인지 상대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이면서도 창업 55년의 성과가 무너진 데 대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신화건설 직원들은 "해외 플랜트 부문에 강점이 있다는 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문제" 라고 말했다. 삼익건설.동보건설 등도 우려했던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상용차의 퇴출로 자동차 사업에 종지부를 찍게 된 삼성은 퇴출 명단에 관계사가 포함돼 '불패신화' 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으나 부실 기업을 외부(채권단)의 힘으로 정리해 안도하는 분위기. 한 관계자는 "울고 싶은 데 뺨 맞은 격" 이라며 시원섭섭해 했다.

상용차 근로자 대표들은 이날 서울 삼성 본사를 찾아 퇴출에 따른 종업원 처리 문제 등에 대해 회사측과 협상했다.

한편 르노에 매각, 서류상 회사로만 남았던 삼성자동차도 이날 퇴출 명단에 들었는데 르노삼성차는 퇴출 명단에 낀 삼성자동차가 자신들과 혼동될 소지가 있다며 해명 자료를 냈다.

○…대부분 대상 기업들은 "이미 예상했던 일" 이라며 담담해 했다. 매각 판정을 받은 고합과 합병 대상으로 분류된 ㈜갑을.갑을방적은 "이미 자구계획에 따라 추진해오던 것" 이라고 말했다.

종이박스 원료지를 생산하는 양영제지는 1998년 1차 퇴출 대상에 포함된 뒤 경매를 통해 매각됐으며 상호도 두림제지로 바뀌었다.

이번 퇴출은 따라서 양영제지라는 이름만 남은 회사를 정리하는 셈이다. 한라자원도 비슷한 경우. 한라 관계자는 "곧 없애기로 예정된, 직원도 거의 없는 회사를 청산 대상에 포함한 이유를 모르겠다" 고 말했다.

대한중석도 매각한 뒤 남은 한국 청산법인으로 현재 2~3명이 남아 청산작업을 하고 있다.

○…피어리스는 98년 초 워크아웃 이후 직원을 1천명에서 4백명으로 줄이고 지방 사옥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왔는데도 퇴출로 결정되자 허탈해했다. 발표 직전까지 "퇴출이 유보될 것" 이라고 기대하던 직원들은 크게 술렁였다.

광주의 광은파이낸스㈜ 직원들은 퇴출 일정 등을 알아보는 등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 직원은 "지금까지 직원 고용문제 등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고 말했다.

산업부.전국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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