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빚는 정현준 사설펀드 수사

중앙일보

입력

한국디지탈라인 정현준(鄭炫埈)사장이 만든 사설펀드 수사가 혼선을 빚고 있다.

또 가.차명을 이용한 가입자들이 장내찬(張來燦)전 금감원 국장의 경우처럼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이름을 사용해 수사상 실무적인 어려움에도 부닥쳤다.

서울지검 관계자는 지난 1일 '사설펀드와 관련해 정.관계 인사를 언급한 진술이 있느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鄭씨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었다' 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정.관계 인사의 펀드 가입은 전혀 확인된 바 없다고 했기 때문에 수사의 진전을 시사하는 듯했다.

검찰 관계자는 다만 "鄭씨가 누구를 특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며 "로비를 받은 것이 아니라 투자했다는 취지" 라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법조계 주변에서는 검찰이 사설펀드 가입자 가운데 전.현직 국회의원과 금감원 국장급 간부 등에 대한 일부 혐의를 포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2일 검찰 관계자는 "일부 오해가 있는데 지금까지 조사 결과 전.현직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포함돼 있다는 진술은 없었다" 며 하루 만에 이를 정정했다.

"다만 피의자 중 일부가 공무원, 그것도 고위공무원은 아니고 파출소장 등이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고 해명했다. 그마저 이름.소속 등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가.차명 자체가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등의 가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이기 때문에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는 지적이다.

검찰로서도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수사 관계자는 "가입자 대부분이 다단계 방식으로 가입한 것으로 드러나 추적에 어려움이 많다" 고 말했다.

즉 가입자를 어느 한 사람이 총괄해 받은 것이 아니라 몇몇 가입자들이 아는 사람을 끌어들여 '새끼 치는' 형식으로 가입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알타' 펀드의 경우 가입자 명단에 이경자.이원근.정현준이라는 계좌가 나오고 그 밑에 다수의 가입자가 포함돼 있는 등 피라미드 모습을 띠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수사 관계자는 "입수한 펀드 가입자의 이름이 상당수 가.차명으로 보인다" 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펀드설립 및 운영업무를 담당한 한국디지탈라인 李모씨 등을 상대로 가입 과정과 중간 모집책 등을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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