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수비가 승부의 관건

중앙일보

입력

`수비력이 승부를 가른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야구 전문가들은 현대의 전력이 투.타 모든 부문에서 두산에 앞서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두산의 전력은 현대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다.

조계현 구자운을 앞세운 두산 선발진은 현대의 다승왕 김수경, 임선동과 어깨를 나란히할 정도의 호투를 펼쳤고 무기력했던 타선도 2차전에서는 현대보다 많은 안타를 때려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가 두산에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양팀의 수비력이 엄청난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를 자랑하는 3루수 퀸란과 유격수 박진만 등 철벽 내야진을 앞세운 현대는 탄탄한 수비로 투수들의 어깨를 가볍게 한 반면 두산은 실책을 4개나 저지르며 자멸했다.

2차전에서 두산이 먼저 점수를 내주게 된 것은 우익수 심정수의 실책 때문.

심정수는 2회말 1사 1루의 상황에서 이숭용의 안타 타구를 더듬다가 1루주자를 3루, 타자 주자를 2루까지 진루시켜 박진만의 안타때 2점을 헌납했다.

또한 두산은 2-2로 맞선 8회 이날 실책을 3개나 기록한 포수 홍성흔이 또다시 2루에 악송구, 결승점을 내줬다.

실책으로 점수를 내준 두산 투수진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것도 당연한 일.

이에 비해 현대의 수비진은 뛰어난 집중력을 발휘해 승부의 추를 현대 쪽으로 기울게 했다.

7회 안경현의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는 안타성 타구를 역동작으로 잡아낸 박진만은 8회 1사 2루의 위기 상황에서 장원진의 중전 안타성 타구를 또 걷어냈다.

두 타구 모두 안타가 됐더라면 막판 추격의 고삐를 당기던 두산에 역전의 빌미를 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또한 현대는 2회초 2사 1루의 상황에서 터진 홍성흔의 우전 안타때 심재학과 퀸란, 박진만으로 연결되는 빈틈없는 중계플레이로 타자를 2루에서 잡아내며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같은 수비진의 활약이 없었더라면 경기 초반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현대의 선발 투수들이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BS의 김소식 해설위원은 "큰 경기일수록 수비진의 활약이 승패를 가른다"면서 "남은 경기에서도 실책을 최소화시키는 팀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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