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IMT-2000 행정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전격적으로 IMT-2000 사업권 레이스에 뛰어들어 충격파를 던진 하나로통신 주도의 한국IMT-2000법인에 대해 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 정책심의회 등의 정식 의견수렴과정없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인정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통부는 1일 2㎓ 주파수대 IMT-2000 허가신청 접수 마감결과 LG글로콤, SK IMT,한국통신 등 3개 사업자가 비동기 방식, 하나로통신의 한국 IMT-2000법인이 동기방식으로 신청했으며 동기식의 경우 1개 법인이 허가신청을 했기 때문에 총점 70점 이상을 받게되면 사업자로 선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특히 하나로통신과 IMT-2000 사업권을 획득할 경우 주주로 참여하겠다고 인터넷을 통해 신청했던 3만5천여명의 국민 예비주주로 구성된 한국IMT-2000법인에 대해 오는 11일까지 허가가능 여부 검토를 할 시간이 있음에도 서둘러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적법 판정을 내렸다.

정통부 석호익 지원국장은 "IMT-2000사업을 통한 이익이 특정기업에 돌아가는 것을 최소화하고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토록 희망사업자에 대해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미 발표된 심사기준에는 주주구성의 안정성과 주식소유의 분산 등만 표현돼 있어 컨소시엄 여부는 별 문제가 아니고 신규법인이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심사기준 발표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을 경우 0점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던 석 국장은 나아가 "컨소시엄이란 말은 허가심사기준에는 없다"며 "신설 예정법인이 컨소시엄인데 그것이 적정한 지 여부는 심사위원이 판단할 것이며 하나로통신은 허가권을 따면 컨소시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통부의 이같은 행정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는게 일반적 지적이다.

정통부는 지난 6월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이 중심이 된 한국IMT-2000컨소시엄이 예비주주 모집을 할 때 증권거래법상 불법 가능성이 높고 법인도 설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예비주주를 모집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주식공모 철회를 정식으로 요구했었다.

또한 한국IMT-2000컨소시엄이 예비주 청약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데 대해서도 금융감독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한국IMT-2000컨소시엄의 시장교란 부분에 대한 제재조치 여부를 검토중이라며 예비청약도 중단할 것을 요구했었다.

정통부가 이같은 압력을 통해 한국IMT-2000컨소시엄을 해체하는데 직.간접적 역할을 한 것은 통신업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구나 안병엽 정통부장관이 IMT-2000 사업자 선정방안 최종 발표시 "정보통신 관련기업의 사업참여 기회 부여와 시너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주주구성의 적정성을 평가함으로써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의지를 피력, 다른 사업신청업체들이 컨소시엄 참여법인들과 계약을 맺고 공증까지 하는 노력을 기울인 것과 한국IMT-2000법인과는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그런 정통부가 자신의 주장대로라면 증권거래법상 불법일 가능성이 높은 예비 국민주주와 하나로통신이라는 법인 1개로 구성된 한국IMT-2000의 컨소시엄 구성을 인정하고 나선 것은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동기방식에 대한 정당성을 얻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정통부는 그러나 한국IMT-2000법인의 예비 국민주주 3만5천명에 대해 실제 계약을 했는지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 "하나로통신이 제출한 부속 서류만을 갖고 심사할 것"이라고만 답하고 "주주구성의 안정성과 소유분산에 대해서는 심사위원이 평가할 일"이라며 책임을 앞으로 구성될 IMT-2000 심사위원회에 떠넘겼다.

정보통신 입국을 위해 어려운 국가경제 사정에도 불구, 범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IMT-2000 사업은 잦은 정책변경과 보신주의로 일관하는 행정당국의 정책으로 마구 일그러지고 있는 형국이다.(서울=연합뉴스) 류현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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