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영세 지역에 신경민 ‘표적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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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오른쪽)가 15일 경기도 안산시 라성시장을 방문해 상인이 건넨 호박전을 맛보고 있다. 한 대표는 17, 18일 치러지는 통합진보당과의 야권 단일후보 경선을 앞두고 경기도 안산과 이천 지역의 경선 후보 지원유세에 나섰다. [오종택 기자]
권영세(左), 신경민(右)

서울 영등포을은 지역도 인물도 대마(大馬)다. 여의도 국회가 자리한 곳이다. 현역 의원은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 새누리당 공천과 관련된 모든 여론조사와 도덕성 자료는 그에게 집중된다. 권 총장은 2002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도 살아남았다. 2008년엔 상대 후보를 17.8%포인트 차(권영세 57.56%, 이경숙 39.73%)로 눌렀다.

 그를 잡기 위해 민주통합당이 15일 ‘표적공천’을 했다. 회심의 카드는 MBC 앵커 출신 신경민 대변인이다. 기대하는 효과가 많다.

 파업 중인 MBC·KBS가 있는 지역구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앵커 출신이 승리한다는 상징성이 그중 하나다. 신 대변인은 “공영방송의 사유화로 공정언론이 사상 초유의 파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지역구에 출마한 여당의 최고위 당직자이자 3선 의원이며 새누리당 공천의 핵심 인물을 꺾고 국회가 있는 지역구를 얻는다는 의미도 있다. 이곳을 거점으로 서울 서남권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계산도 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민주통합당이 이런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곳이 됐다. 영등포을이 별안간 4·11 총선 최대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은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 관계자는 “신 대변인으로 여론조사를 돌리면 이길 수 있는 것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박세일 대표의 ‘국민생각’ 쪽 움직임도 변수다. 국민생각 일각에선 권 총장이 보수 연합을 막는다고 주장하며 “권 총장의 낙선을 위해 이곳에 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공천 전쟁에서 상대방 ‘대마’를 잡기 위한 ‘표적공천’은 새누리당이 먼저 했다. 민주통합당 정세균 의원이 버티고 있는 종로에 6선의 홍사덕 의원을 공천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홍사덕 카드’로 종로를 열세 지역에서 단번에 경합 지역으로 돌려놨다. 새누리당 역시 홍 의원을 공천함으로써 ‘야당의 전 대표를 정치 1번지 종로에서 꺾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취하려 하고 있다.

 표적공천은 결국 양당의 수싸움이다. 상대방 패가 거의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남은 지역에선 표적공천이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엔 새누리당이 각 인물의 대항마를 꽂아 넣을 차례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강세 지역인 서울 강남권에 중량급 인사들을 대거 공천했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의 선봉에 선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상대로 FTA의 주역인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카드가 다시 고려될 거란 예상도 그래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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