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마을에선 죽는 것도 위법…이유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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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이탈리아의 한 시골마을에서 3월부터 색다른 조례가 시행되고 있다. 누구든 언젠가는 위반할 수 밖에 없는 "죽지 말라"는 내용의 조례다. 이런 황당한 조례가 제정된 데는 이 마을이 안고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캐나다 방송 CBC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5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인구 3700명의 마을 팔차노 델 마시코. 이 지역에서는 지난 5일부터 촌장의 제안으로 죽음을 금지하는 조례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불과 시행 1주일만에 2명의 조례 위반자가 나왔다. 2명의 노인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반자가 이미 숨졌기 때문에 처벌할 방법이 없다.

이같은 조례가 제정된 것은 오래 전부터 문제가 된 마을의 묘지난 때문이다. 이 마을에는 공동묘지가 없으며 새롭게 묘지를 지으려 할 때마다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기 일쑤였다. 따라서 마을 주민이 사망할 경우 이웃마을인 카리노라의 공동 묘지에 매장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카리노라 역시 이 지역 사망자들을 수용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였다. 이로 인해 두 마을 사이에는 1960년대부터 묘지 문제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1990년대에는 두 마을이 함께 화장터와 예배당을 갖춘 대형 공동 묘지를 건설하는 협정을 체결했지만 이 역시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팔차노 델 마시코의 촌장은 '죽음 금지 조례'라는 강수를 뒀다. 이대로 상황을 방치할 경우, 죽어도 묻힐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해 주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한 것이다. 다행히 이번 조례가 제정된 후 마을 내 묘지 건설을 위해 토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생겨나는 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CBC는 전했다.

이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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