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 모처럼 주식 '사자'

중앙일보

입력

동아건설 퇴출과 현대건설 1차부도 소식이 전해진 31일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선물을 대량 매수했다.

현물(주식)의 경우 적극적인 매매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소량을 순매수했다.

기업구조조정이 당초 예상과 달리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데 대해 일단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국인들은 현대건설 1차부도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곤두박질쳤던 이날 오전에 선물쪽에서부터 매수에 나서 선물지수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현물시장도 이에 영향받아 곧 상승세로 전환됐다.

하루 동안 외국인의 선물 순매수는 무려 2천8백19계약이나 됐다. 현물시장에서는 지수관련 대형주를 팔면서 우량은행주를 사들여 37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기업 퇴출이 본격화하고 우량은행간 합병이 가시화하는 등 금융구조조정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와 시황분석가들은 외국인들이 동아건설 퇴출 결정 등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당초 예상보다 강도있게 진행될 것으로 낙관하고 투기적인 선물거래에 나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현물의 경우 현대건설 처리과정과 오는 3일 확정될 퇴출기업 명단의 수위 등을 살펴본 후 매매 방향을 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기태 WI카증권 이사는 "그동안 정부.채권단이 이들 대기업을 회생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구조조정 문제에 대한 외국인의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태였다" 면서 "이번 방향 선회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원하는 시장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고 높이 평가한다" 고 말했다.

이정자 HSBC증권 서울지점장은 "경쟁력 없는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자 시장원리며 외국인들은 정부.은행의 조치를 환영하는 분위기" 라면서 "시장에 일시적인 충격이 있더라도 정부는 구조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끝까지 지켜나가야 한다" 고 지적했다.

李지점장은 또 "외국인들은 선물에서 단기매수에 나섰으나 현물의 경우 퇴출기업 선정 내용과 현대그룹 외자유치, 대우자동차 처리 등 구조조정과 관련한 현안들의 흐름을 좀더 지켜보고 확신이 서면 사도 늦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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