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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수천 개 만들 핵물질 폐기 … 서울합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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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몰래 팔려다 걸린 우라늄 2010년 8월 소련에 속했던 몰도바 키시너우의 한 차고에서 적발된 방사성 우라늄(U238). 전직 내무부 관료가 포함된 밀매단은 1.8㎏의 우라늄을 100만 달러에 팔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몰도바에선 2011년에도 우라늄(U235) 밀거래 시도가 적발됐다. [AFP=연합뉴스]

‘레드 머큐리’(red mercury·붉은 수은).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뜻하는 핵 암시장의 은어로 쓰이는 말이다. 주로 옛 소련의 핵무기나 핵실험실에서 흘러나온 것을 가리킨다. 이 말이 통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핵 물질의 암거래가 실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에도 레드 머큐리의 암거래가 적발돼 국제적으로 경각심이 높아졌다. 2011년 6월 몰도바 수도 키시너우에서 핵분열 물질인 우라늄(U235) 판매를 시도한 6명이 정보당국에 체포됐다. 이들은 옛 소련과 중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1993년부터 2011년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 불법핵거래데이터베이스(ITDB)에 보고된 핵 및 방사성물질의 불법거래 적발 건수는 2164건이다. 핵 물질을 취득해 무기화하려는 테러리스트들과 암시장 밀매업자들의 활동이 현재진행형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26,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핵안보 정상회의의 목표는 핵 테러 방지다. 국경을 넘나들며 고농축 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방사성물질을 손에 넣으려는 핵 테러리스트의 시도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58명의 정상급이 모여 각국이 보유한 HEU와 플루토늄을 아예 줄이거나 없애는 데 뜻을 모은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핵 물질 관리는 각국의 주권에 속하는 예민한 사항이어서 자발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회의에서도 핵 물질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일, 핵과 방사성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차단하는 일, 원자력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호를 강화하는 일과 같은 의제에 대해 개별 국가들이 의지를 밝히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이른바 ‘집들이 선물’(House gifts) 원칙이다. 전 교수는 “손님들이 집들이 선물을 들고 가듯 자발적으로 ‘국가 보고서’를 내게 된다”며 “워싱턴회의 때부터 관례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했다.

 앞서 2010년 1차 워싱턴회의 땐 고농축 우라늄 10t을 보유한 카자흐스탄 등 9개국이 모두 400㎏의 HEU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천에 옮겼다. 미국과 러시아도 각각 7t, 48t의 HEU를 폐기했다. 핵무기 1개를 만드는 데는 HEU 25㎏이 드는 것을 감안하면 미래의 핵무기 3000여 개가 없어진 셈이다. 또 17개국이 개정 핵물질방호협약을, 12개국이 핵테러억제협약을 비준했다. 세계핵테러방지구상에 신규 가입한 나라도 6개국이 된다. 한국·중국·인도 등은 핵안보 교육, 훈련센터 설립을 약속했다.

 핵안보 정상회의 기획단 관계자는 “27일 채택될 ‘서울 코뮤니케’에는 핵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가 담길 것”이라며 “무기를 곧바로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의 제거 및 최소화, 핵 물질의 불법거래 차단 등에 대한 실천 방안도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선 원자력 시설에 대한 방호 강화 및 방사능 테러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그 결과도 공식문서에 담기게 된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계기가 됐다. 우리 정부는 워싱턴회의 때보다 더 많은 나라가 자발적 핵 물질 감축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3일 “이번 회의로 수천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이 없어지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참가국의 발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국들은 HEU 폐기 외에 ▶핵안보 국제협약 비준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보기금 기여 ▶핵안보 교육·훈련센터 건립 등을 자발적으로 약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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