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TRA-무협, '미 대선 앞두고 수입규제 강화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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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선거를 2주일 앞두고 양당 후보가 `표심잡기' 차원에서 국내산업 보호를 경쟁적으로 외치고 있는 가운데 클린턴 행정부도 보호주의 조치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30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클린턴 대통령은 철강업계의 `위기 재발론' 등을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여 최근 각 부처에 외국상품의 수입급증을 막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 대통령은 국가경제자문회의에 대해 철강업계 지도자들을 만나 산업피해 정도를 조사,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조치했고 상무부에는 대미 철강수출이 급증하는 중국과 인도, 대만, 우크라이나에 협상단을 파견, 통상압력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재무부에 대해서는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와 접촉, 개발도상국의 철강생산 설비 증대와 관련된 대출을 중단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토록 했으며 세관에는 반덤핑조치 품목이 우회 수입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징수된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자국 피해업체에 분배하는 내용의 `버드수정안'이 내년도 농업세출법안에 첨부돼 있어 거부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곧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민주,웨스트버지니아주)이 지난 5일 2001년 농업세출법안 처리를 위한 양원 합동회의에서 상정한 반덤핑.상계관세법 수정안은 하원(11일), 상원(18일)에서 잇따라 통과돼 클린턴 대통령의 최종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딕 체니 공화당 부통령 후보는 지난 27일 철강산업 중심지인 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행한 선거유세에서 클린턴과 고어 행정부가 외국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은 불공정한 철강제품 수입을 막는데 실패했다며 고어 후보를 미국 철강산업의 위협적 존재로 지적하고 자신과 부시 후보가 당선되면 불공정한 수입품에 대해 보다 공격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 캐나다 등 미국의 3대 수입상대국은 이같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의 보호무역 색채가 짙어지는데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주미 EU, 일본, 캐나다 대사는 지난 25일 공동 명의로 클린턴 대통령에 서한을 보내 버드법안이 WTO 보조금 지급 규정에 위배됨은 물론 세계 교역개방에서 미국의 지도적 역할에 크게 손상을 주는 것으로, 거부권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만일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입법화할 경우 WTO에 제소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최대 접전으로 알려진 이번 대선에서의 승리를 위해 민주당 행정부가 업계의 강력한 로비를 떨쳐버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양당 대선후보가 뒤질세라 강력한 보호무역조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수입장벽과 외국시장 개방압력의 파고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KOTRA와 무역협회는 내다봤다.(서울=연합뉴스) 강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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