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너무 저평가 부실기업 퇴출땐 반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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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은 가치에 비해 너무 싸게 거래되고 있다. 증시가 다소 침체돼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에게 올해 말과 내년도 한국 경제 전망을 설명하기 위해 30일 방한한 골드먼 삭스의 아시아.태평양지역 담당 김선배 수석 경제분석가와 아난드 아이탈 수석 주식전략가는 앞으로의 한국증시를 이같이 낙관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어디까지나 구조조정의 성과를 전제로 한 것으로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밝히는 한국 경제 및 증시전망을 소개한다.

- 한국 경제가 다소 어려워지고 있는데.
▶김선배〓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가 다소 둔화되고 있다. 최근 골드먼 삭스에서도 한국의 2001년도 GDP를 6.5 %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적으로는 유가상승과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나빠지고 내수가 위축되고 있다. 자금시장의 신용경색도 부담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될 뿐이지 1997년과 같은 위기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 동남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적신호가 나오고 있다.
▶아이탈〓아시아의 경우 싱가포르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모두 주의깊게 보고 있다. 그러나 97년의 위기는 재발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이 그 동안 동남아시아에 더 투자한 것도 없기 때문에 더 빼내갈 자금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태국.인도네시아 등은 재정적자가 심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는 있다.

- 미국 경제는 연착륙 가능하다고 보나.
▶김선배〓미국 증시의 주식들은 20% 가량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내년에 이만큼은 반등할 것이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의심하는 시각도 있는데 골드먼 삭스는 최근 미국의 2001년도 GDP성장률은 3.3%로 예측했다. 종전의 4.0% 전망보다는 하향조정된 것이지만 이만하면 여전히 안정적 수준이다.

- 그러면 한국시장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텐데.
▶아이탈〓한국 증시는 너무 저평가돼 있다. 기업들의 내재가치가 우수한 것은 분명하다. 다만 올해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쓰러져야 할 기업들이 여전히 시장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올 종합주가지수는 500~600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실기업들이 퇴출되면 내년에 한국 증시는 자생적으로 최고 800선까지 반등할 것으로 기대된다.

- 골드먼 삭스는 삼성전자를 어떻게 보는가.
▶아이탈〓우리는 9월 중 삼성전자의 투자등급을 '평균 시장수익' (마켓 퍼폼)으로 하향조정했다.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97년 외환위기 때 삼성전자는 장부가격의 절반 수준까지 주가가 하락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에 다시 장부가격의 절반수준으로 내려간다고 가정해도 12만원선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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