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쌍용차와 ‘희망텐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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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한은화
경제부문 기자

지난 6일(현지시간) 제네바 모터쇼가 열린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 전시장. 오전 8시쯤 전시장 이곳저곳을 취재하다가 쌍용차 부스 앞에서 이유일(69) 쌍용차 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이날 쌍용차의 공식 언론발표회는 오전 10시였다. 이 대표는 2시간 전부터 부스에 나와 현장을 챙기고 있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컸다. 쌍용차는 모터쇼에서 크로스오버유틸리티(CUV) 컨셉트카 ‘XIV-2’를 최초로 공개하며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인 2012년형 코란도 C로 유럽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도 있었다. 이 대표와 인사를 나누며 “요즘 바쁘시죠”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바쁜데, 다른 것 때문에 바쁩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4월엔 임단협, 10월에는 노조위원장 선거, 공장 앞엔 희망텐트….”

 2008년 쌍용차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희망퇴직·정리해고·무급휴직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간 골은 깊어졌다. 2009년엔 평택공장 점거 파업사태로 이어졌다. 경찰 진압과 폭력시위로 이어진 파업의 결과는 참담했다.

  “일단 회사가 정상화돼야지요.”

 이 대표의 말처럼 파업사태 후 쌍용차의 온 화두는 ‘정상화’에 있었다.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된 뒤 글로벌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었다. 2008년 법정관리 당시 8만 대로 떨어졌던 생산량도 현재 12만 대로 끌어올렸다. 목표는 16만 대. 이때가 되면 2교대 가동을 할 수 있고, 무급 휴직자를 복직시킨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이 대표는 컨셉트카가 시장에 출시되는 2014년께 16만 대 생산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하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한숨부터 쉰다.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에서 성공했다고 하는데 그 결과는 어떤가요. 사실상 한진이 굉장히 어려워지지 않았나요.”

 이 대표는 단순히 예전보다 생산량이 늘었으니 무급휴직자를 포함한 정리해고자를 당장 복직시켜 달라는 요구가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회사가 살아야 직원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쌍용차도 실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로자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은 했는지 궁금하다. 노사 간 켜켜이 쌓인 불신을 푸는 해법은 분명 소통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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