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현의 전쟁사로 본 투자전략] 독일 되니츠 제독과 U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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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 잠수함 부대를 이끈 되니츠 제독(왼쪽)과 U보트.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길었고 끊임없이 진행된 전투가 바로 해상교통로를 둘러싸고 벌어진 대서양전투다. 개전 초기부터 전투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독일 잠수함대는 막대한 물량과 기술적 발전을 앞세운 연합군의 반격에 밀려 1944년 이후 그 세력이 급속히 약화된다. 특히 43년 중순부터는 연합국의 항공세력이 독일 잠수함대에 대한 심각한 위협요인으로 부상했다.

 43년 이전까지 대서양의 야간은 독일군 잠수함대에 완벽한 은폐 수단을 제공했다. 대체로 날씨가 좋지 않고 파도도 심한 바다에서 높이가 낮은 잠수함을 육안으로 발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이 부상해 항진하는 잠수함을 원거리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항공기 탐재용 레이더와 탐조등을 개발하며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야밤에 느닷없이 탐조등을 앞세우며 덮치는 연합군의 폭격기 앞에 독일의 잠수함대는 구조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순식간에 격침되곤 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잠수함대의 손실에 대한 독일 해군사령관 되니츠 제독의 대응은 대서양에 잔존해 있는 잠수함 세력의 전면 철수였다. 사실 당시 독일 해군은 잠수함대의 손실이 증가하는 원인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유도 알 수 없는 손실을 계속 감수하다 보면 반격의 기회가 왔을 때 쓸 숙련된 잠수함 승조원들을 모두 잃어버릴 수도 있다.

즉 히틀러의 비위를 맞추며 무의미한 손실을 감수하느니 대응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일단 잠수함대를 보존하자는 것이 되니츠의 전략이었다. 결국 야간에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영국의 기술 수준을 되니츠가 인지한 것은 전쟁이 끝난 이후의 일이었다. 아주 현명한 결정이었던 셈이다.

 대체로 주식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었던 종목의 주가가 갑자기 하락하는 초기에 애널리스트는 ‘주가 하락의 이유가 없으므로 절대 발을 빼지 말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손실을 마냥 감수하다 보면 나중에 시장 환경이 변해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마저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매매 전문가가 괜히 기술적인 지지선의 유지 여부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인 분석’에 근거해 해당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원인을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릴 경우 이미 회복 불가능한 손실의 단계로 접어든 경험을 여러 차례 했기 때문이다.

즉 ‘징조가 이상할 때’ 조기에 발을 뺄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그들은 고수가 될 수 있었다. 모르는 손실을 무작정 감수하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는 남은 투자 재원을 보존하는 전략이 우월한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기억하자.

김도현 삼성증권 프리미어 상담1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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