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힘의 야구의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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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말리는 1점차 승부의 최종승자는 두산이었다. 힘의 야구를 구사한 두산이 0-4로 밀린 경기를 5-4로 뒤집은 것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양팀은 물러설 수 없는 상태였다. 내일이 없는 LG와 오늘지면 내일도 어렵다는 두산의 총력전은 14명의 투수가 동원되는 소모전이기도 했다.

LG는 초반 상승세를 중반이후 끌고 가지 못한 뒷심부족이 패인이다. 1회초 행운의 안타2개 등 연속3안타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스미스의 병살타로 추가점이 끊긴 점이 아쉽다.

안병원의 호투 속에 2회와 3회 이병규 유지현의 파이팅 넘치는 호수비가 이어졌고, 4회 최익성과 김정민의 2루타를 포함 아킬레스건인 7-8-9번의 연속안타로 3점을 보태 4-0으로 앞서며 승리 굳힐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터진 두산의 타선을 막지 못한 것은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4회까지 무안타로 침묵하던 두산은 볼넷으로 나간 심정수를 홍성흔이 2루타로 불러들이며 첫 안타를 장타로 신고했다.

안경현의 우익수 키를 넘기는 타구를 김재현이 걷어내며 대량실점의 기회를 2점으로 막은 LG는 7회 두산이 김동주의 홈런으로 1점차로 따라붙자 초조한 모습이 역력했다.

LG는 7회말 2루타를 치고 나간 김재현이 허문회의 희생플라이 때 홈에서 오버런으로 횡사한 것이 뼈아프다. 결국 이 득점이 실패로 돌아가며 물적 심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다.

8회 무사1루의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최창호 차명석 김용수를 투입했고 결국 불펜은 바닥났다. 9회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기 위해 올린 장문석은 한가운데 직구를 던지는 무모한 승부를 재연한 끝에 안경현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했다.

두산 선수들은 5차전 이후 코너워크가 된 최향남의 공보다 가운데로 몰린 장문석의 공이 훨씬 편했다고 입을 모은바 있다. 장은 결국 5차전 때 홈런과 3루타를 허용했던 안경현과 심정수에게 또 다시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장문석은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생각하는 야구를 해야한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LG벤치는 장의 상태와 투구패턴을 알면서도 재기용한 판단에 대한 책임이 돌아왔다.

이번 시리즈는 두산위주의 경기였다. 홈런 등 호쾌한 장타로 팀컬러를 앞세운 경기를 펼쳤고, 상대 에이스 해리거를 승리를 봉쇄하며 마운드의 우위도 점했다. 다만 어이없는 폭투로 경기를 내줬고, 9개에 이르는 실책으로 접전을 자초했다.

95년 취임과 함께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김인식 감독은 5년만에 또 다시 한국시리즈에 진출, 조직력의 현대유니콘스와 새천년 첫 정상자리를 놓고 진검승부를 펼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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