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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투박해도 맛난 영양덩어리, 개조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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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호 18면

농림수산식품부 지정 ‘3월의 웰빙 수산물’인 개조개는 이름은 그리 곱지 않다.하지만 내용은 속이 꽉 찬 웰빙 해산물이다.백합과에 속하는 패류지만 백합보다는 훨씬 커 껍데기 크기가 10㎝에 달한다. 무게도 개당 300g이 넘는다. 왕우렁과 함께 국내에서 생산되는 조개류 가운데 가장 무겁고 단단하며 두꺼운 껍데기를 가졌다. 1㎏을 사면 백합은 대개 20∼30개가 담기는데 개조개는 잘 해야 두세 개다. 크기가 커 대합이라고도 불린다. 그리 깊지 않은 데서 사는 백합과 달리 개조개는 꽤 깊은 바다(수심 20∼30m)에 서식한다. 그래서 잠수부가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채취하거나 형망(주로 바다 밑 펄이나 강바닥 모래에 서식하는 조개를 잡는 데 쓰는 도구)을 이용해 건져 올린다. 가격이 ㎏당 1만3000원 이상 하는 것은 이래서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조개류 가운데 공식 명칭에 ‘개’자가 들어가는 것은 개조개가 유일하다. 개조개의 껍데기가 투박하고 거칠어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거친 외양과 달리 껍데기 안쪽은 진한 보라색이 흰색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개조개는 모래와 진흙이 섞인 곳에서 산다. 그래서 요리 전에 해감(바닷물 따위에서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찌꺼기를 뱉어 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옅은 소금물을 조개가 완전히 잠길 만큼 붓고 3~4시간 두어 모래와 불순물이 빠지도록 한다. 해감 된 조갯살을 소금물에 씻어 물기를 없애고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조리하면 개조개의 참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사철 먹을 수 있지만 토실토실 살이 오르는 봄철 맛이 최고다. 4∼5월은 산란기여서 채취가 금지된다. 국내에서 그 수가 계속 줄어들어 1년에 채취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있는 총허용어획량(TAC) 대상 해산물이다. 그래서 북한·중국산이 많이 수입되는데 일반인이 국산과 식별하는 것은 힘들다(국립수산과학원 신윤경 연구관).

맛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조미료의 원료인 글루탐산과 알리신·글리신 등 아미노산들이 풍부해 특유의 감칠맛이 난다. 장점은 저열량·고단백·저지방 식품이라는 것이다. 100g당 열량은 87㎉, 단백질은 15.1g, 지방은 1.2g이다. 뼈·치아 건강을 돕는 칼슘(100g당 131㎎), 빈혈 예방 성분인 철분(11㎎), 혈압을 조절하는 칼륨(280㎎)이 풍부한 것도 돋보인다. 특히 철분은 대표적 철분 함유 식품으로 알려진 쇠간(6㎎)이나 쇠고기 등심(4.6㎎)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시력 개선을 돕고 당뇨병·간(肝)질환에 좋은 타우린이 100g당 1091㎎이나 들어 있다. 같은 무게의 주꾸미(1597㎎)보다는 적지만 낙지(854㎎)보다 많고 바지락(1052㎎)과는 비슷한 수준이다.

구입할 때는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을 고른다. 살아 있는 싱싱한 것은 살짝 건드렸을 때 조개 발이 천천히 움츠러든다. 구이·볶음·미역국·해물탕·된장찌개 등에 두루 쓰인다. 서해안에서는 요리 재료로 널리 사용되지만 경남 통영에서는 향토 음식인 ‘유곽’으로 유명하다. 살을 다져 살짝 볶아낸 개조개를 방아잎·참기름·고추장·된장·다진 파와 마늘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뒤 개조개 껍데기에 채워 구워낸 양념구이다. 멍게와 함께 비벼 먹는 ‘멍게유곽비빔밥’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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