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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빼려다 결핵 걸리는 젊은 여성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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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일복
대한결핵협회 STOP-TB운동본부장

얼마 전 올해 상반기 동안 여대생에 대한 결핵검진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가 있은 뒤 젊은 여성들의 결핵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과거 후진국형 질병이던 결핵은 이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젊은 여성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대략 한 명의 전염성 환자가 약 10명에게 결핵을 감염시킨다니 환자의 조기 발견·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 불규칙한 식습관과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에 빈틈이 생기는 경우에는 위험이 더욱 커진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결핵 발생률 및 사망률 1위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크게 유행했던 결핵은 정부와 결핵협회 등의 체계적인 노력으로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발생률·사망률이 대폭 줄었다. 그 뒤 국민적 관심에서 벗어났으며 국가적인 결핵 퇴치 노력도 줄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결핵 발생 감소세가 현저히 둔화하기 시작했다. 바쁜 일상으로 인한 현대인들의 면역력 약화와 빈번한 소집단 결핵 발생,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령인구 증가 등의 사회환경적 원인과 함께 다제내성(작용 방식이 다른 2종 이상의 약제에 대하여 병원균이 동시에 내성을 나타내는 것) 결핵의 증가라는 새로운 문제가 더해진 결과다.

 다시 돌아온 결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정부와 관련 기관의 노력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 무작위로 감염되며 그 증상 또한 감기와 구별하기 어렵고 6개월 이상의 장기 치료를 요하는 등 까다로운 질병이다. 게다가 전염병이라는 특성 때문에 환자들이 발병 사실을 밝히기를 꺼려 발견도 쉽지 않다.

 90년대 후반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결핵을 전 세계 공공보건에 대한 중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래서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민간단체 등이 힘을 합치는 협력 네트워크인 ‘스톱 TB(결핵) 파트너십(Stop TB Partnership)’을 설립, 세계 결핵 퇴치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더 이상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적인 결핵 퇴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된 협력 네트워크다. 한국도 지난 2010년 이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국회·관련 단체 및 기업 등 총 20여 개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다.

 결핵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갖고 동참해야 할 문제다. 결핵 퇴치 협력 네트워크에의 동참이야말로 오늘날 더욱 복잡·다양한 모습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결핵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김일복 대한결핵협회 STOP-TB운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