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박경완 투수리드도 특급

중앙일보

입력

"잘 쳐주면 고맙지만 지금도 잘 해주고 있다."

현대 김재박 감독은 올시즌 홈런왕 박경완의 방망이가 포스트시즌 들어 주춤거리는 데도 만족한 표정이다.

박은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 동안 타율 1할에도 못미치는 15타수 1안타(0.067)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그러나 네 경기에서 '안방마님' 포수로서 제몫을 다한 박이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데 숨은 공신임을 인정하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박경완의 투수 리드는 예측불허였다. 정규 시즌과는 달리 타순이 한차례 돌아갈 때마다 투수에게 다른 투구패턴을 요구했다. 결국 박은 4차전 내내 막강 삼성 타선의 허를 찌르며 빈타로 돌려세웠다.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팀에 2승째를 안긴 김수경은 "프로 3년 동안 내 마음대로 공을 던진 적이 한번도 없다" 며 "플레이오프에서도 경완이형이 편안하게 리드해줬다" 고 말했다.

3차전 승리투수가 된 임선동도 박에게 철저히 의존했다.

임은 지난 8일 벌어진 정규시즌 경기에서 LG를 상대로 18승째를 올릴 당시 박의 리드가 얼마나 필요한지 뼈저리게 느꼈다.

김재박 감독은 박을 지명타자로 돌려 수비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박의 도움을 받지 못한 임은 7이닝 동안 무려 6실점하며 방어율(3.36)이 높아졌다.

임으로서는 타선의 뒷받침으로 승리투수가 돼 공동 다승왕에 오르긴 했지만 국내 최고 포수 박경완이 아쉬웠던 경기였다.

1993년 쌍방울에서 무명의 고졸 출신 포수 박경완을 발굴, 뼈를 깎는 훈련 끝에 정상급 포수로 키워낸 조범현 삼성 배터리 코치는 플레이오프 4차전 동안 박의 플레이를 지켜보며 대견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조코치는 "삼성 타자들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것은 상대 투수가 잘 던졌다기보다 경완이의 볼 배합을 읽지 못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