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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떴다!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 관내 학교 누비며 특강 … “언제 어디서든 SNS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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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면

천안 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신기수 대장이 지난 2일 천안 오성고등학교에서 특강을 마친 후 학생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천안 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신기수(54·경감) 대장은 요즘, 신학기를 맞은 학생들보다 더 숨가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를 자처하며 관내 초·중·고등학교를 쉴새 없이 누비고 있는 것.

신 대장은 최근 중·고등학교 일진회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을 지켜보며 경찰이라는 직업을 떠나 사회의 한 일원이자 어른으로써 막중한 책임감과 걱정이 앞선다고 말한다. 특히 두정지구대 관할의 경우 유흥음식점이 밀집돼 있어 청소년들의 비행이나 일탈이 더욱 우려되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신 대장은 매일 밤 청소년들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다.

“이미 장성한 아들이 둘이나 있고 한 녀석은 얼마 전 장가를 갔습니다. 아들 녀석들도 학창 시절에는 크고 작은 말썽을 부리기도 했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행위를 보면 단순한 말썽을 넘어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큰 걱정입니다. 특히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주목되고 있는 일진회 문제는 전국적으로 심각할 정도입니다.”

신 대장은 혼자 힘 만으로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는 없지만 작은 힘들이 모아지면 언젠가는 학생들이 폭력 없는 안전한 교육현장에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2012학년도 새학기부터 특강을 시작했다.

지난 2일에는 천안 오성고등학교를 방문해 전교생 450여 명을 대상으로 최근 학교폭력의 실태를 비롯, 폭력 후 처벌과 대응법, 지구대 신고 요령 등 실제 사례를 들어 학생들에게 유익한 강의를 펼쳤다. 특히 이날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장난 삼아 저지른 폭력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에 대한 신 대장의 강의를 들으면서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실감하기도 했다.

김태성(17·가명)군은 “제복을 입고 등장한 경찰을 보니 순간 당황스럽기도했지만 강의를 듣는 동안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며 “그동안 뉴스를 통해 10대 청소년들의 범죄를 접하기는 했지만 직접 경찰에게 실사례를 들으니 더욱 실감났다”고 말했다.

신 대장의 학교폭력 예방 전도사 역할은 단순히 관내 학교를 방문해 강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신 대장은 청소년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순경·경장 등 지구대 내 젊은 경찰관 9명을 학교 지킴이로 선발해 관내 학교를 매일 순찰토록 했다. 또 관내 15개 초·중·고등학교에 대한 권역별 순찰노선도를 제작하고 각 학교마다 학교폭력신고함을 설치해 순찰 대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 대장은 올 한해 동안 지자체·교육기관 등과 논의해 시민 통행이 적은 우범 지역이나 어두운 골목길 등을 중심으로 13대의 CCTV 설치를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밖에 신 대장은 학교폭력에 대해 신속하고 정확한 증거확보와 범죄예방 활동을 위한 SNS 신고체제도 구축해 타 지구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신 대장은 “학교폭력 문제는 항상 신학기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4월까지는 강의와 순찰, 홍보 등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4월 이후에는 각급 학교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하고 지자체나 교육지원청 등 상급 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개입해 학교폭력 문제에 다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딱딱하고 경직된 이미지의 경찰이 아닌 소통하고 친숙한 경찰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젊은 경찰들을 학교 지킴이로 선발했다”며 “이를 계기로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경찰을 떠올릴 수 있는 특별한 인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신 대장은 3월 한달 동안 관내 부성중학교, 천일고등학교, 오성중학교, 두정고등학교, 업성고등학교 등을 차례로 돌며 강의를 펼쳐 나갈 예정이다.

글·사진=최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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