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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순아지매’10년 만에 온라인으로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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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 1월 22일 온라인에 정운경 화백이 올린 ‘왈순아지매’. 새 연재 첫 작품이다.
정운경 화백

정운경(77) 화백이 ‘왈순아지매’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정 화백은 올 1월 22일부터 ‘왈순아지매’를 한 컷 만평으로 개인블로그(blog.naver.com/tjburger)와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다. 2002년 중앙일보를 은퇴하며 네 컷 만화 ‘왈순아지매’의 연재를 마감한 지 꼭 10년 만이다. 새로 연재하는 ‘왈순아지매’는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6시를 전후로 업데이트된다. 한 컷에 컬러를 입힌 점은 달라졌어도 세상에 대한 날 선 비판은 여전하다.

 그는 “중앙일보를 그만 두면서 다시는 안 그리겠다고 마음먹었었다”고 말했다. “매일 만화를 그리고, 신문이 나오는 대로 채점이 되는 스트레스가 너무 힘들었다”고 한다. 10년을 쉬고 다시 연재를 시작한 데는 ‘치매·노망 예방에 좋다’는 의사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병원에서 내가 본래 뭐 하는지 아니까 그걸 스트레스 받지 않고, 아이디어 안 나오면 쉬어가면서, 또 신문사에 속하거나 어떤 보답을 받지 말고, 그렇게 한 번 올려보라고 했어요. 세대로 치면 20~30대의 콘텐트, 40~50대의 콘텐트가 있으니까 60~80대의 콘텐트도 없으리란 법이 없지 않냐고 해서 해봤는데, 지금까지 실망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컷 만평이 네 컷보다는 힘이 덜들어요. 앞으로 얼마나 버틸지 몰라도 어느 정도는 자신 비슷한 게 생겼습니다.”

 장바구니를 든 주부의 모습으로 서민들의 시각을 대변했던 ‘왈순아지매’는 사람으로 치면 환갑이 멀지 않다. 정 화백이 1955년 당시 잡지 ‘여원’의 편집장이던 소설가 최일남씨에게서 가정만화 연재를 제안받고 만들어냈다. 75년~2002년 중앙일보에 28년 간 연재된 분량이 약 9000회, 그 이전의 신문·잡지까지 합하면 연재분량이 모두 약 1만5000회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캐릭터다.

 이런 그에게 우문(愚問)을 던졌다. 혹 소재를 찾는 게 힘들지 않을까. “신문을, 특히 오피니언 페이지를 보면 아이디어 잡기는 어렵지 않아요. 기억하고 싶은 얘기를 밑줄쳤다가 노트에 정리하는 데 그런 분량이 꽤 됩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만화를 그려야겠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그가 매일 오후 한 시간 반 남짓 작업을 마치면, 온라인 업데이트는 부인의 몫이다. “노래 못하는 사람을 톤 데프(tone-deaf·음치)라고 하는데, 나는 사이버 데프에요. 집사람이 챙겨서 블로그에 올리고, 따로 사는 큰아이가 그걸 받아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내가 그 과정을 몇 번 옆에서 봤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더라고요.”

 은퇴한 뒤 지난 10년을 그는 여행과 독서로 보냈다. 독서는 “다독(多讀)을 한다”고 했다. “그런 말이 있지요. ‘읽은 만큼 나온다’고. 특히 노년들에게 옛사람이 권하는 것 중 으뜸이 ‘학생이 되라’는 거에요. 사실 저는 그림 한 쪼가리 그린다고 평생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잠들었어요. 꿈에 아이디어가 나오면 적곤 했지요. 그런 식으로 만화에 빠져있다 공부는 많이 못했어요. 어떤 방향을 정한 건 아니고 문학, 경제 등 여러가지를 읽습니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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