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리뷰] SF소설원작 '은하영웅전설'

중앙일보

입력

· 감독 : 이시구로 노보루
· 원작 : 다나카 요시키
· 제작년도 : 1987년
· 제작사 : 도쿠마 서점

대학교 1학년이었던 다나카 요시키는 문득 생각했다. '그래 SF소설을 쓰자!'라고. 그리고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은하영웅전설〉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본전 10편 외전 4편 기타 설정집, 등장인물의 평전까지의 초 방대한 이 소설은 일본의 SF매니아를 휩쓸고, 평범한 사람들을 SF매니아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소설이 우리나라에 넘어왔을 때, 비록 정식 번역판이 아니었음에도 베스트 셀러가 되어버렸다.

그러니 인기 소설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자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리 없다. 그리고 결국 만들어 버렸다. 소설 자체가 워낙 방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 애니메이션도 무진장 길게 만들어졌다. 일본의 비디오 대여점(그것도 어지간히 큰 곳)
에 가면 〈은하영웅전설〉만을 꽂아놓은 비디오꽂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말이다.

〈은하영웅전설〉의 강점은 그 스토리에 있다. 인기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주인공들(얀 웬리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의 '이야기'가 먼저 있고, 그 중심에서 가지를 뻗듯이 기타 서브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있는 형식이다. 원작 소설의 맛을 잘 살리기 위해서라고 보인다.

또 〈은하영웅전설〉의 애니메이션판은 그림이 발전하고 있어 보는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애니메이션판은 3권으로 재편집된 하드 커버 소설 〈은하영웅전설〉에 맞추어 1기, 2기, 3기로 구성되어 있다. 1기는 90년대 초반에 제작되었고, 2기는 90년대의 초반에서 중반쯤, 그리고 마지막 3기는 90년대 중기에서 말기에 이르는 도중에서 만들어졌다.

90년대는 하루가 다르게 애니메이션 기술이 발달하던 시대였다. 매년 극장 상영을 하는 〈도라에몽〉을 보면 알 수 있는데, 91년도 극장판과 1999년도 극장판은 그래픽 면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마찬가지로 〈은하영웅전설〉도 1기와 2기, 그리고 2기와 3기의 사이의 차이는 눈에 뛰게 크다. 우선 선명도에서 크게 차이가 나고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 게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쓰이기 시작한 컴퓨터 그래픽이 간간이 쓰이고 있다.

〈은하영웅전설〉에서는 언제나 웅장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은하영웅전설〉을 이야기 할 때, '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웅 대서사시'라는 말을 쓰는데, 그런 점에 맞게 오프닝과 엔딩 그리고 대부분의 배경음악은 중후한 오케스트라 뮤직을 쓰고 있다.

심지어는 긴박한 전투장면에서도 템포 빠른 오케스트라 뮤직을 쓰고 있다. 전투장면과는 맞지 않을 것 같은데도, 잘 어울리는 것도 〈은하영웅전설〉의 매력이다.
여기서 나오는 음악들은, 〈은하영웅전설〉에서 나오는 '은하제국'이 독일식 명명법을 따랐다는 점도 있어, 독일계 교향악이 많다. 그 외 나라의 교향악도 들을 수 있고 애니메이션을 위해서 따로 작곡된 곡들도 있으며 오페라도 나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길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너무 길어서 일본에서조차 TV방영을 한 곳에서 밖에 하지 않았다. 게다가 수많은 등장인물에 맞추어 다수의 명 성우들이 출연했지만, 너무 길어서 성우가 자주 바뀌기도 했다.
이 정도의 방대한 길이로는 우리나라에 나오기도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수요에 비해서 편수가 너무 많고 무엇보다 번역해내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어를 배워서라도 보고 싶을 만큼 멋진 작품이다(실제로 그런 사람도 있고)
. 당신이 소설 〈은하영웅전설〉의 팬이 아니더라도, 팬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명작이라고 말해두고 싶다.

Joins 하승빈 사이버리포터 <cityknight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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