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아시아축구, 세계흐름에서 퇴보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축구가 제12회 아시안컵축구선수권대회에서 뚜렷한 전술 발전을 보이지 못하고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벨라판 아시아축구연맹(AFC) 사무총장은 22일(한국시간) 베이루트에서 열린 미디어 세미나에서 아시아축구의 잠재력과 정부의 열성적인 지원 등을 들어 21세기에는 아시아도 세계정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이번 대회에서 8강에도 들지 못한 팀 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해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8강 진출팀조차 유럽과 남미팀들과 겨룰만한 전술의 변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 참가국들은 모두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3-5-2 포메이션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축구가 4-4-2 포메이션을 가고 있다고 해서 이 전술을 아시아팀들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아시아국가들은 수비수 3명 중 2명이 상대 공격수를 일단 저지하고 나머지 1명이 뒤로 처져 최종 볼처리를 하는 스위퍼를 두는 `스리백' 시스템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가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수비형태는 최종 수비수의 활동범위를 축소시켜 상대의 양쪽 측면 공격에 취약하고 공격전환이 느려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를 펼칠 수 밖에 없다.

3-5-2 포메이션은 개인기가 떨어지는 약팀들이 즐겨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아시아권에서는 뛰어난 개인기를 갖고 있는 중동국가들조차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과거 포메이션에서 안주하는 모습은 아시아축구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비해 이번 대회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 일본은 공격시에는 최종 수비수 1명이 미드필더에 가담하는 공격적인 3-5-2를, 수비시에는 미드필더가 최종수비를 보완하는 4-4-2 시스템을 혼용하는 자신들만의 포메이션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고있다.

일본의 선전이 결코 이번 대회에만 그치지 않고 2002 월드컵축구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부단한 전술개발과 완벽한 전술 숙지도에서 나오고 있다.

신문선 MBC 해설위원은 "아시아 선수들이 최근에는 유럽무대에 많이 진출하고 있지만 팀 전술개발에는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아시아팀들의 창의적인 전술개발이 없다면 유럽, 남미의 강호들을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루트<레바논>=연합뉴스) 최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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