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시장 불꽃 경쟁

중앙일보

입력

국내 위스키 시장이 올들어 주세 인하를 호재로 40% 이상 성장하면서 양주업체들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위스키 원액의 숙성기간이 12년인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는 임페리얼.윈저.딤플 등 세 제품이 불꽃튀는 선두다툼을 하고 있다.

전반적인 경기하락에도 불구하고 연말까지 50억원에 이르는 광고비를 쏟아 붓는가 하면 신제품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업체도 있다.

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임페리얼을 파는 진로발렌타인이 2위인 두산씨그램(윈저)과 3위인 하이스코트(딤플)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그러나 올들어 두산씨그램과 하이스코트가 맹추격해 세 회사가 박빙의 차이로 선두를 다투고 있다.

연간 1조3천억원 규모의 국내 위스키 시장의 83.5%를 차지하고 있는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올 1~9월 진로발렌타인은 33.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어 두산씨그램(31.1%)과 하이스코트(30.1%)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지난해엔 진로발렌타인이 37.7%로 단연 선두였고 두산씨그램 29.4%, 하이스코트 25.6%였다.

진로발렌타인의 점유율이 4.7%포인트 낮아지고 하이스코트의 점유율이 4.5%포인트 높아지는 지각변동이 생긴 것이다.

하이스코트의 약진은 반사이익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하이스코트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담이 커지자 본사 차원의 판촉활동이나 이벤트를 중단했었다.

그런데도 두산씨그램과 진로발렌타인이 올 6~7월 원액의 숙성기간이 15년 이상인 슈퍼 프리미엄급 시장에 뛰어들면서 프리미엄급 시장관리가 소홀해지자 그 틈바구니를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진로발렌타인은 지난 1월 영국 주류회사 얼라이드 도멕으로 경영권이 넘어가 영업이 부진해지면서 시장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이스코트의 유경종 과장은 "이같은 환경 덕분에 올들어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딤플이 자리를 잡았다" 고 말했다.

지난 6월 진로발렌타인이 15년산 임페리얼을, 7월 두산씨그램이 17년산 윈저를 내놓으면서 달아오른 슈퍼 프리미엄급 시장에서는 윈저17이 시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윈저17은 지난 9월말까지 5백㎖ 기준 11만7백88병이 팔려 임페리얼15(5백㎖ 2만2천9백66병)의 다섯배에 가까운 실적을 올렸다.

진로발렌타인은 이에 따라 조만간 임페리얼15의 생산을 중단하고 주력인 12년산 프리미엄급 위스키의 신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올들어 양주세율이 1백%에서 72%로 내리자 재빠르게 슈퍼 프리미엄급을 내놓아 고급화 경쟁에 나섰으나 진로의 패배가 굳어진 상황이다.

진로발렌타인은 7월 한달 판매량이 윈저의 3분의1 수준인 3만5천3백27병에 그쳤고, 9월에는 2만2천9백66병으로 더 떨어졌다.

원액 숙성기간이 12년 미만으로 국내시장의 12.5%를 차지하고 있는 스탠다드급 위스키는 두산씨그램(썸싱스페셜.패스포트)이 시장점유율 79%로 독주하고 있다.

하이스코트의 조니워커 레드와 진로발렌타인의 칼튼 힐 등이 나머지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