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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격 갖춘 '주5일 근무']

중앙일보

입력

노사정위가 5개월여 격론 끝에 주5일 근무제의 기본 골격을 마련하고 대타협의 합의문까지 냈다. 그 의미는 적지 않다.

우선 재계가 그동안의 완강한 입장을 접고 주5일 근무제와 법정근로시간 단축(주 44시간→40시간)에 동의했다. '삶의 질' 을 중시하는 시대 흐름을 거스르기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올해 최대 핵심과제로 추진해 온 이 문제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이날 합의문에서 정부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연내에 국회에 제출키로 해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탄력을 받게 됐다.

이날 합의는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 이뤄졌다. 핵심쟁점이던 도입 절차에 대해 노동계가 내년 초 즉시 실시 방침을 후퇴하고 업종별.규모별로 단계적인 도입을 하자는 재계의 안을 받아들였다.

따라서 최초 도입시기는 입법 과정과 시행령 제정 등에 따른 소요기간을 감안하면 일러야 2002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우선 공무원과 정부투자기관.정부출연 연구소.공기업 쪽에서 먼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경영여건이 비교적 좋은 대기업과 금융기관 등이 뒤를 이을 전망이다.

현재 제약회사와 외국계 합작법인, 상당수 증권회사 등이 이미 주5일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영세한 중소 사업장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정부는 분석한다.

중소기협중앙회에서는 이미 "실시 시기를 늦춰달라" 고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초과 근로시간이 늘어나 정규 근로시간 임금의 1.5배를 줘야하는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87년 '노동기준법' 을 개정해 주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으나 전면 시행된 것은 10년이 지난 97년 4월이었다.

주요 쟁점이었던 노동시간 단축만큼의 임금 삭감은 최소화에 그치거나 동결될 것으로 노동계는 기대하고 있다.

재계는 주40시간으로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노동비용은 14%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이를 임금 삭감에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에 "근로자의 생활수준이 저하되지 않도록 추진한다" 는 데 의견을 같이 해 실질임금소득이 줄어드는 사태는 막을 수 있게 됐다. 시민들의 생활과 소비양태도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휴무일 증가에 따른 레저관련 시설 및 자기계발 욕구에 따른 학원 등 관련시설의 이용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적은 비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여가시설과 각종 관련시설 확충에 투자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근로시간 단축이 순로롭게 도입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세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노사정위에 불참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합의안에 대해 "휴일.휴가를 크게 축소하는 데다 업종별.단계적 실시론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반발하고 있어 문제다.

또한 재계는 초과 근로시 시간외 근로수당 할증률을 현행 50%에서 국제노동기구(ILO)협약대로 25%로 대폭 낮춰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오히려 추가근로를 못하게 할증률을 75%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급 주휴제에 대해서는 국제 관례대로 노사가 무급으로 전환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으나, 여성의 유급 생리휴가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관례가 없다는 재계 입장과 모성보호를 내세운 여성계 입장이 맞서 있다.

월차유급휴가에 대해서도 폐지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1년 미만 단기계약자의 경우 연차유급휴가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노동계가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현재 근속 연수에 따라 제한없이 누진적으로 쓸 수 있는 연차 유급휴가의 경우 20일 내외의 상한선을 정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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