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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중개업은 '멸종 위기의 공룡'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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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부동산 중개업이 공룡처럼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 24일 미국의 유력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에서 중개업자들이 공룡처럼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정보통신(IT) 발달로 부동산 정보를 얻기 쉬워졌고 중개 수수료 등 거래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 직거래 열풍이 불면서 중개업자의 일거리가 계속 줄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덕분에 매물을 내놓고 마케팅을 하거나 집을 보여주고 협상하는 일, 계약을 하는 것이 쉬워졌고, 관련 정보가 넘치면서 공인중개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부동산중개인 숫자는 2006년의 140만명에서 작년에는 100만명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내 여러 부동산거래협회가 지역 및 연방정부에게 중개인 수수료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로비를 벌이고 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스마트폰, 인터넷을 통해 주택이 매매된 몇가지 사례를 보여주면서 은행수납원이나 여행사직원이 줄어든 것처럼 부동산 중개인 역시 더 이상 필수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보도했다.

물론 모든 판매자가 스스로 집을 팔기 위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 중개인 일부는 살아남을 것이지만 상황은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예컨대 고객에게 할인이나 수수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개인도 나올 것이고, 매매와 마케팅 상담 뿐 아니라 이사와 보관, 인테리어와 보수 등 기타 업무 관련 편의를 제공하는 중개인도 나타날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망했다.

▲ 공인중개업종이 멸종하는 공룡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2월24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 판

국내 공인중개업계도 위기 맞아

그런데 이런 상황이 꼭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닌 것 같다. 국내 중개업 시장도 최근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직거래 증가, 은행 등 다른 업종의 부동산 서비스 강화 등으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웬만한 부동산 정보 사이트는 물론 대형 포털까지 자체적으로 직거래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의 경우는 회원수가 130만명을 넘는다. 거기다 각종 인터넷 블로그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직거래 게시판을 운영하는 곳까지 합하면 그 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경희대 인근에서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진모씨는 “요즘 대학생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원룸, 오피스텔 등을 구하는 경우가 상당히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는 직거래 상담과 계약서 작성을 싼 값에 돕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법률회사, 은행, 할인마트 등 중개업과 무관했던 영역도 부동산 중개업에 침투하고 있어 업계의 부담은 계속 커지고 있다.

이미 빌딩 등 고가 부동산은 부동산 전문법률사무소를 통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중개 요청을 하는 것은 상당히 일반적이다. 최근엔 변호사법에 변호사가 공인중개사 업무를 해도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개업 자격증을 따는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올해부터 로스쿨 졸업생이 매년 1000명 이상씩 배출되면서 변호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공인중개 서비스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여겨지는 상태다. 강남의 한 법무법인 부동산본부장은 “중개업무 외에도 다양한 법률 자문과 회계 서비스 등을 종합적으로 서비스 할 수 있어 고객에게 호응이 높다”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중개업계 쇠락은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사진은 서울 개포동 단지내 상가에 몰려 있는 중개업소들.

법률, 금융 영역도 중개업 넘봐

은행과 할인마트, 증권사 등도 중개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스마트폰 뱅킹 서비스에 부동산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KB 스타플러스’에 국민은행의 부동산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시세와 매물 정보는 물론 부동산 담보대출 상담 서비스까지 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이 은행은 기존 PB센터와 서울 경기 300여개 지점에 부동산 중개와 대출을 알선하는 부동산 거래 창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은행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강력 항의하는 공문을 보내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한발 빼긴 했지만, 은행들의 부동산 관련 서비스 강화는 공인중개업계에겐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얼마전 전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도 2009년 잠시 진행하다 중단한 부동산 서비스를 다시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지점마다 ‘부동산&경매센터’를 열어 마트 인근 지역의 상가나 도시형생활주택 등의 분양대행과 이에 수반된 업무, 그리고 각종 부동산 상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직거래 증가, 다른 업종의 중개업 겸업 시도 등에 따라 위협을 느끼는 국내 중개업계는 갈수록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실제로 지방에서는 중개업자수가 큰 변화는 없지만 서울이나 수도권 중개업자는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중개업자수는 2만3421명이다. 2009년 1월 2만5394명, 2010년 1월 2만4899명. 2011년 1월 2만4062명으로 매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최근 이곳저것에서 중개업에 관심을 두는 곳이 많아 중개업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며 “이와 관련 업권 침해 사례가 있는 유사 중개 행위 등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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