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검사 "나경원 남편에 전화는 받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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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재호 판사(左), 박은정 검사(右)

나경원(49) 전 새누리당 의원의 남편 김재호(49·사법연수원 21기) 판사로부터 “아내를 비방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박은정 검사(40·29기)가 “(김 판사와) 전화 통화한 적은 있으나 기소 청탁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5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박 검사는 이날 지인을 통해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했고, 이 진술서는 바로 경찰에 보내졌다. 검찰 관계자는 “박 검사의 진술서를 뜯어보지 않은 채 봉해진 상태로 경찰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검사는 진술서에서 “김 판사와는 공판검사로 근무할 때 알게 된 사이로,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얘기는 나누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르면 이번 주 말 박 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박 검사에 대한 조사 시기와 방법은 박 검사와 협의한 뒤 정하겠다”고 말했다. 박 검사는 오는 7일까지 휴가를 냈다. 박 검사와 전화로 조사 일정을 조율하려고 했으나, 박 검사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김 판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서면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말께 김 판사에게 질문지를 우편으로 보내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 판사는 당시 기소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기소 청탁이 (판사의) 직권남용에 해당하는지는 경찰의 조사 대상이 아니다.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여부만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나꼼수’의 주진우(40) 시사IN 기자는 지난해 10월 방송에서 “김재호 판사가 2005년 서울서부지법 재직 당시 ‘나 전 의원은 친일파’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네티즌을 기소해달라고 서부지검 검사에게 기소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 측은 주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고, 주 기자 역시 같은 혐의로 나 전 의원을 맞고소한 상태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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