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프렛, 비스카이노 1차전 '깜짝' 기용

중앙일보

입력

이제 대망의 2000 월드시리즈 1차전이자 44년만의 지하절시리즈가 한국시간으로 내일 오전 9시 시작된다. 미국의 메스컴들은 연일 월드시리즈 관련 기사를 내보내고 있으며,거리도 온통 44년만에 재개된 지하철시리즈를 축하하는 광고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뉴욕은 이제 야구를 빼놓고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돼버렸다.뉴욕 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전에 뛰어든 정치인들도 이틈을 이용하려고 더욱 바쁜 발놀림을 보여주고 있을 게 분명하다.

상황이 이쯤되니 경기 관람티켓을 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된 지 오래다.경기에 대한 관심이 최고조를 이루는 가운데 뉴욕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이 이채를 띠고 있어 팬들의 호기심을 더 한층 불러일으키고 있다.

7전 4선승제의 단기전으로 치뤄지는 월드시리즈의 기선제압을 위해 양팀은 앤디 페티트와 알 라이터라는 최고의 카드를 내세웠다.

그런데 선발이 결정된 이후 양팀의 감독들은 타선에 일대변화를 주는 도박을 단행한 것이다.

먼저 메츠의 바비 발렌타인 감독은 붙박이 포수 마이크 피아자를 지명타자로 돌려세우고 그자리에 팀 내 제2포수인 토드 프렛(34)을 앉혔다. 월드시리즈에서의 경험이 없는 토드 프렛에게 중책이 맡겨진 것이다.

발렌타인이 강타자 피아자를 지명타자로 돌리면서까지 토드 프렛을 포수로 기용하는 이유는 두가지로 볼 수 있다.

양키스의 1차전 선발인 앤디 페티트가 좌완투수라는 점이며, 좌완투수에 유난히 강한 토드 프렛이 포스트 시즌에서 징크스를 보여온 마이크 피아자보다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발렌타인 감독이 그를 선택한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토드 프렛의 도루 저지율 때문이다.

강타자인 마이크 피아자에게 항상 걸림돌로 작용했던 문제는 그의 낮은 도루 저지율이었다. 더욱이 지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조 토레 감독은 기회 있을 때마나 선수들에게 도루를 시키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따라서 피아자(23%)보다 도루 저지율면에서 월등히 좋은 토드 프렛(39%)을 기용하는 것은 어쩜 당연한 처사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맞써는 양키스 조 토레 감독의 선수 기용에도 깜짝 놀랄만한 변화가 있어 주목을 끈다.

그간 포스트시즌에서 간간히 지명타자로 등장해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던 호세 비스카이노(33세)를 과감히 선발 라인업에 발탁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줄곳 2루수를 맡아왔던 루이스 소호를 빼고 그자리에 비스카이노를 앉혔다. 호세 비스카이노를 주전으로 기용한 것은 호세 비스카이노가 메츠의 1차전 선발 알 라이터에게 유독 강하다는 점이 그의 중용에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호세 비스카이노는 메츠의 선발 알 라이터에게 통산 19타수 10안타로서 5할이 훨씬 넘는 타율을 보이고 있어 조 토레 감독이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호세 비스카이노는 LA 다저스에서 성적부진을 이유로 양키스에 트레이드 된 이후로도 이렇다할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었다.그러나 그는 최근 리그 챔피언전에서 중요한 찬스에서 공격의 선봉이 되는 등 컨디션이 차츰 회복되가고 있어 큰 일을 치를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양키스는 2루수 척 노블락을 지명타자로 돌리고 그의 공격력에 기대를 버리지 않을 계획이다. 척 노블락은 2루수를 맡는 동안 큰 경기에서 여러 차례 악송구를 범해 감독의 신임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호세 비스카이노는 공격보다는 수비에서 더욱 평가를 받는 선수이므로 조 토레 감독의 그와 같은 고민을 충분히 해결하는 2루 수비를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44년만의 지하철시리즈로 펼쳐지는 월드시리즈가 불과 하루도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뉴욕 팬들은 전통의 강호 양키스가 메츠를 꺽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대다수의 뉴욕커는 양키스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더욱이 뉴욕 양키스의 선수들도 '지면 망신 이겨도 그만'이라는 식의 사고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은 측면에서는 자심감이지만, 자칫 자만심으로 흐를 수도 있는 위험한 생각이다.

'69년과 '86년 단 2회의 월드시리즈 우승 경험밖에 없는 메츠는 최근 '98년과 '99년을 포함 통산 25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다 올시즌 상대전적에서도 4승 2패를 기록한 양키스에 경험과 전적에서 뒤지고 있어 표면상으로는 메츠가 불리해 보인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이기 때문에 어느 팀도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단기전 승부의 최대관건은 선수들의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집중력에 있기 때문이다.

전적에서나 경험에서 부족한 메츠가 선전하기 위해서는 포스트시즌 히어로 티모 페레즈의 역할과 막강한 불펜진의 활약이 뒷바침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도 영원한 승자도 없다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저 최선을 다하는 팀에게 승리의 기회가 많이 주어질 뿐이다.

이제 메츠의 선전을 기대하며 명승부로 이어질 월드시리즈의 첫경기를 들뜬 마음으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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