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인도가 중국보다 불법복제 적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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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로버트 홀리먼
BSA(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 회장

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이 높은 편이다. 혹자는 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가격이 너무 비싸 불법복제를 야기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가격을 낮추면 이 문제가 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럴 듯한 주장이지만 논거는 아주 약하다. 무엇보다 저소득 국가에서는 소프트웨어 가격이 선진국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 외에도 반박할 근거는 여러 가지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를 보자. 중국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인도의 두 배에 달한다. 대략 7600달러 대 3500달러다. 하지만 인도의 불법복제율은 중국에 비해 낮다. 2010년 인도의 불법복제 비율은 64%였고 중국은 78%였다. 소프트웨어 정품구입 비용도 인도가 중국보다 세 배나 더 높다. 2010년 PC 한 대당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은 인도가 31.40달러, 중국은 9.15달러로 나타났다.

 둘째, 하드웨어 비용 지출과 소프트웨어 비용 지출 간에 차이가 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 가격과 불법복제와의 상관관계’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일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저개발국이 선진국과 유사한 PC 판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2010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4개국에서의 신상품 PC의 평균 가격은 726달러였고, 미국에서는 704달러였다. 반면 신상품 PC 매출은 브릭스에서 평균 32% 이상 늘어났고, 미국은 26%로 파악됐다. 중국은 올해 미국을 앞지르고 세계에서 가장 큰 PC 시장으로 등극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런 현실과 위 가설 간의 괴리는 무엇으로 설명될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 시장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기업의 불법복제다. 멀쩡한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소량 구입해 여러 대의 컴퓨터에 설치하는 식으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큰 회사인 경우 수백, 수천 건의 불법행위가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이는 불공정한 방법을 통한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최신 장비와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이 비싼 가격을 이유로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해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만약 그들이 그런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면 PC 구입은 물론 공장 운영과 장비 운용은 어떻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

 기업은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을 지불할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그래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한 강제력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가 흔하다. 저작권에 대한 의식도 낮다. 이로 인해 불법복제 행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난다.

이는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불법복제가 줄어들면 긍정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이는 한 나라의 성장동력과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자행하는 기업에 충분한 경각심을 줄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로버트 홀리먼 BSA(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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