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면 중소기업 애정공세 펴는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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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작은 것’에 대한 과도한 애정은 선거철이면 더 커진다. 경제적 효율성은 뒤로 밀리고, 감성적 표심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형 할인점에 대한 규제다. 서울·전주 등이 대형 할인점에 대해 월 2회 강제 휴무를 결정한 상태다.

민주통합당은 한발 더 나가 월 4회 휴무를 정책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 오후 9시 이후에는 할인점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이 공약이 현실화되면 맞벌이 부부의 야간 장보기가 힘들어진다. 새누리당도 경쟁적으로 중소 상인 지원방안을 내놓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상생 정책도 논란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대기업이 이익을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협력이익배분제’를 자율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계에선 적정 이익을 산정·배분하는 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도 마찬가지다. 이는 과거 중소기업 고유업종 제도의 부활이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2006년 이 제도가 산업 경쟁력을 낮추고 외국계 기업에 시장을 내주는 부작용이 있다며 폐지했다. 최근 이 제도로 인해 한 대기업은 한국전력이 발주한 공사에 대한 입찰을 철회했다. 만약 이 회사의 기술력이 다른 업체보다 낫다면 공기업인 한전에 들어간 세금과 전기료를 낭비한 꼴이 된다.

 그러나 작은 것에 대한 지원 축소는 말도 꺼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중견기업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을 줄여 중견기업이 춥게 느끼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곧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축소로 해석되자 재정부는 “지원을 효율화한다는 것이지 줄이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급히 해명 자료까지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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