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의 현대전자 죽이기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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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가격이 내년에는 원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미국 마이크론이 ''현대전자 죽이기'' 전략을 취할 수도 있어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도체 애널리스트인 메리츠증권 최석포 연구위원은 "D램 시장의 공급과잉에 따라 D램 가격은 계속 하락, 내년 1.4분기에는 반도체업체들의 생산원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19일 전망했다.

최 위원에 따르면 D램 공급과잉이 일어났었던 지난 98년말에도 16메가D램이 원가인 2달러 초반대까지 떨어져 일부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고 난 뒤에야 D램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D램 시장의 상황이 98년과 비슷한 올해말 64메가D램 현물가는 현대전자의 제조원가인 4달러 초반까지 떨어지고 내년 1.4분기에는 대만업체의 원가인 3달러 중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삼성전자에 버금가는 원가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론이 가격 경쟁을 주도하면서 현대전자를 몰아붙일 때 이 회사가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현대전자의 64메가D램 제조원가는 4달러 초반이지만 1년 이자가 8천억원인 이 회사의 금융비용을 감안하면 연간 8억개에 이르는 D램 생산물량에서 개당 1천원의 이자비용이 더해져 총원가는 5달러 초반이다.

최 위원은 "마이크론은 지난 98년말 D램가 인상을 위해 감산에 들어간 한국업체들과 달리 끝까지 감산을 거부하며 현대.LG반도체와 대만업체 죽이기에 나선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IMF(국제통화기금) 차관 발행시에는 마이크론 경영진이 미국 하원 위원회에 출석, 한국 반도체업체에 자금이 지원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차관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현대전자가 시급히 구조조정에 나서 금융비용을 줄이고 신규투자를 위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분야의 다른 전문가는 "최근 현대전자가 LCD(액정표시장치) 신규라인을 지은 것은 아직까지 확장 경영에 미련을 못버린 증거"라며 "빚을 줄인다는 이야기만 할게아니라 지분정리,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해야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현대전자의 올해 4.4분기와 내년 1.4분기 만기 도래 원화.외화 발행 회사채는 3조1천억원이며 이중 만기연장이 까다로운 장기 차입금이 2조4천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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