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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엉터리 회계감사 감싸는 비공개 원칙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60호 21면

미국 상장기업 회계감독위원회(PCAOB)는 지난달 일본 교토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교토 회계법인이 감사한 두 회사의 회계보고서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교토 회계법인이 충분한 자료 확보와 검증절차 없이 이들 회사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냈다는 것이다. 감사 대상인 두 회사 모두 정확하지 않은 자료를 내놨고,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회계감사 보고서를 만들어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다.

PCAOB는 두 일본 회사가 어디인지 밝히지 않았다. 비공개 원칙 때문이란다. 그런데 두 회사가 어딘지 아는 것이 어렵지 않다. 교토 회계법인의 고객사 중 PCAOB의 조사 대상인 미 증권시장 상장사가 2개사뿐이어서다. 휴대전화·전자기기 제조사인 교세라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용 모터 제조사인 니덱이다.
지난해 일본 광학기기 회사인 올림푸스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일본 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계장부를 믿을 수 있느냐’다. PCAOB는 2002년 엔론 사태 후 개정된 회계 개혁법인 ‘샤베인-옥슬리법’에 따라 감사 대상 회사의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비공개 정책을 빨리 바꿔야 한다. 그런 비밀주의로 이득을 보는 것은 회계법인과 그들의 고객사뿐이다.

PCAOB의 조사보고서는 교세라와 니덱에 대한 교토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의 경우 수입·지출·재고량 등 각종 수치가 충분하고 적절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토 회계법인과 니덱 모두 이 문제 대해 언급 자체를 회피했다. 교세라는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랐다”면서도 PCAOB의 조사보고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교토 회계법인은 세계적 컨설팅 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회원사로 PwC의 감사 방법을 사용한다. PwC는 교토 회계법인을 ‘정식 회원’ 아닌 ‘협력 회사’로 분류한다는데, PCAOB의 조사보고서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

회계법인이 대형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회원사인지, 지사인지, 협력회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투자자들에게 감사 대상 회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길은 하나다. PCAOB가 지금부터라도 문제가 있는 회사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이다.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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