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라는 뜻의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귀향을 뜻하는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스러운 상태를 의미하는 ‘algia’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고향으로 너무나 가고 싶어 심신이 병든 상태를 일러 향수병이라고 하지요.
어디 물리적 공간뿐이겠습니까. 나이 든 사람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좋았던 옛날’에 대한 반추는 고단한 현실을 잊게 해주는 ‘마취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향수 비즈니스’가 성업을 이루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이번 아카데미 영화제를 휩쓴 영화 ‘아티스트’ 역시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흑백 무성영화 스타일로 세간의 의표를 찌른 이 작품이 시작되는 배경은 1927년. 대공황 직전 흥청망청 풍요의 극치였던 미국 사회입니다. 모두가 즐거웠고 모두가 부자였던 그 시절로 돌아간 객석은 ‘지나간 좋은 것들(oldies but goodies)’에 푹 빠져듭니다. 예복과 구두까지 전당포에 넘기게 된 형편이지만 팁은 빼놓지 않는 한물간 배우의 호기로움도, 그런 배우를 우렁각시처럼 돕는 당대 최고 인기 여배우의 순정도, 늘 곁에서 주인을 지키는 강아지와 노집사의 충직함도 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도 사람들은 한동안 일어서지 않았습니다. 힐끗 둘러보니 어르신 관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리워져서였을까요. ‘그때 그 시절’에서 벗어나기 싫은 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