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넌 우승 못해 … 그 말에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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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해 초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루키 블로그에 신지은(20·미국 이름 제니 신)이 ‘하루만 다른 사람과 바꿀 수 있다면 신지애(24·미래에셋)와 바꾸겠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요즘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신지은은 올해 시즌 초반 여자 골퍼 중 가장 뜨거운 선수다.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10위 이내에 들었다. 2일 현재 신지은은 상금 4위에 그린 적중률과 샌드 세이브율 2위, 버디 수 3위다. 지난달 26일 싱가포르에서 끝난 HSBC 챔피언스에서 아쉽게 역전패하기는 했지만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신지은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HSBC 챔피언스 마지막 순간이 아쉬웠다. 상황을 얘기해 달라.

 “경기 중단 직전 18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는데 어떤 사람이 “제니, 너는 우승 못할 거야”라고 소리쳤다. 몸에 전율이 오는 싸늘한 얘기였다. 번개 때문에 대회가 중단되어 기다리는 한 시간 반 동안 그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경기가 재개돼 티샷을 할 때 너무나 긴장을 했고 템포가 너무 빨라 실수했다. 그 다음엔 다들 아는 얘기다.”

 -그 사람이 왜 그랬을까.

 “ 왜 그랬는지 미스터리지만 오히려 좋은 경험으로 만들고 싶다. 가끔 온라인상에서도 나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것도 다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지애가 롤 모델이라고 했다.

 “올해 호주에서 처음 같은 조에서 경기했다. 막상 함께하니 내 경기에 집중하느라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되더라. 성적은 내가 좋았다. 그래도 언니가 나보다 몇 수 위라고 생각한다. 자신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고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파 세이브를 해내는 집중력이 대단하다.”

 -경기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샷 거리가 신지애보다 20야드가 더 길다.

 “나의 잘 맞은 샷과 언니의 잘못 맞은 샷이 통계에 쓰인 것 같다. 실제는 10야드 미만이다. 정확한 아이언 위주의 비슷한 경기 스타일이다.”

 -지난해보다 성적이 좋아진 이유는.

 “작년 신인으로 첫 대회에서 13위를 했다. 주위 기대가 커졌고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다. 올해는 많은 준비를 했다. 두렵지 않다.”

 -음악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다.

 “자동차를 혼자 탈 때 크게 노래를 불러 목이 쉴 때가 있다. 랩과 조용한 음악, 한국 가요 등을 아주 아주 좋아한다. 노래방에 자주 가고 여유가 생기면 집에 기계를 하나 들여놓을 생각도 있다. 내 몸의 70%가 물이라면 나머지 30%는 음악이다.”

 -그러면 골프는 어디 있나.

 “숨겨진 곳에 100%가 또 있고 그 속엔 다 골프다.”

 -옷을 잘 입는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 컬러풀한 원색을 좋아한다. 다른 선수들과 비슷한 옷을 입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한국을 떠난 지 10년인데 한국어를 잘한다.

 “아홉 살에 한국을 떠났는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자랑스럽다. 미국으로 국적을 옮기는 것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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