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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약해지는 증시체력…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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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의 체력이 날로 허약해지고 있다.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세로 시장의 수급기반이 무너진 가운데 작은 변수에도 투자심리가 오락가락해 주가가 춤을 추고 있다.

최근 증시는 철저히 미국 증시의 움직임에 연동되고 있으며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도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날의 나스닥 시장 급락세로 18일 한때 지수 500선이 올들어 두번째로 무너졌다가 정부 증시안정대책으로 회복, 514.17로 마감한 것이나 전날 주가가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리란 우려로 막판 급락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 예다.

증시 관계자들은 “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할 매수세력이 실종됐기 때문에 당분간은 해외 변수나 구조조정의 흐름에 따라 휘둘리는 장세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요인에 대한 내성 약해졌다=이달 들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은 정확히 다음날 우리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기술주에 대한 불안, 중동사태와 유가급등, 반도체가격 하락 등 전세계적인 현상을 반영한 것이지만 문제는 우리 증시의 진폭이 지나치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미국 증시의 등락을 우리 주식 매매의 판단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이들은 미국 증시가 불안해짐에 따라 9월 한달동안만 1조원어치,이달 들어서도 5천억원 이상을 순매도했으니 시장이 견딜 수가 없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내다파는 물량을 늘리고 그나마 오르면 물량을 줄이니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의 눈치를 봐야하는 처지다.

특히 미국 주요기업의 3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될 때마다 미국 증시가 출렁대면서 우리 시장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이용우 현대투신운용 운용역은 “미국 증시나 국제유가 등 통제 불가능한 요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 증시의 방향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고개드는 구조조정 회의론=정부·채권은행이 하고 있는 기업·금융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어가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증시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대우자동차·한보철강 매각이 난항을 겪으면서 주가는 이미 한차례 주저앉았고 요즘은 기업퇴출작업이 용두사미(龍頭蛇尾)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4대그룹의 주요계열사는 퇴출대상에서 제외시킬 것이란 암시가 정부·은행 쪽에서 자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의 출자전환 문제를 놓고 정부 내부에서 혼선이 빚어지자 시장은 즉각 현대 계열주의 폭락으로 응답했다.현대 금융계열사의 외자유치와 자구 이행 등 현대그룹 구조조정 문제는 또 다시 증시의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랐다.

은행 합병·금융지주회사 설립·감자 등 금융구조조정 문제도 불투명한 부분이 너무 많다는게 시장의 평가다.또 예금보장한도가 당초의 2천만원에서 5천만원으로 상향된 것을 놓고 구조조정 의지의 퇴색으로 받아들이는 증시 전문가가 많다.

따라서 구조조정에 차질을 빚을 조그마한 빌미만 제공되면 투자심리는 꽁꽁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조용백 대신경제연구소 이사는 “정부가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투명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시장은 한단계 더 주저앉을 수 있다”면서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최선의 증시안정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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