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길 만들었더니 트럭 몰고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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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63·사진)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망 중립성 논란과 관련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이 부회장은 “싸울 일도, 누가 나서서 중재할 일도 아니다”며 “서비스 이용자나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과금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KT가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삼성전자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을 끊으면서 망 이용료 문제에 대한 논란이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이동통신업계 최고경영자(CEO)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망 중립성 논란이 뜨겁다.

 “이익을 얻는 사람이 대가를 내야 한다. 1년에 5~6배씩 데이터 트래픽이 늘어나는데 통신 사업자가 지탱하지 못할 시점이 온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고속도로 사용료 내느냐’는 반론이 있다.

 “우리는 자전거 길을 만들어놨는데 트럭을 몰고 들어왔다. 트럭 길을 또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트럭을 사용해 이득을 얻는 사람이 사용료를 내야 한다.”

 -과금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서비스 이용자에게 받는 방법이 있다. 고속도로 속도를 시속 100㎞로 제한하듯 사업자에 따라 데이터 전송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있다. 빨리 가건 천천히 가건 ‘부산까지 가면 얼마’ 식으로 요금을 매기는 종량제도 있다. 고객이 요금을 부담하지 않도록 광고를 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통신 요금 인하가 선거 이슈다.

 “지하에서, 엘리베이터에서 휴대전화 터지는 나라는 거의 없다. 통신 품질에 비해 한국은 요금이 저렴한 편이다. 기본료 1000원을 인하해 업계에 1조원씩 수익을 줄일 게 아니라 투자를 더 독려해 1000원 이상의 만족도를 주는 쪽이 맞다.”

 -MWC 참관 소감은.

 “LTE(롱텀에볼루션)가 단연 화두다. 우리에게 LTE 외에 살길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제조 쪽에서는 중국 화웨이의 8㎜ 두께 휴대전화를 보고 놀랐다. 국산 단말기는 첨단 제품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본다.”

바르셀로나=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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