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천둥소리〉, 허균 일대기 다루는 서민 사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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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극은 '한정식' 에 가깝다. 이런 저런 잔재미로 젊은 입맛에 맞추기보다 주로 정사 (正史) 를 소재로 진지하게 접근하기 때문이다.

18일 첫 방영하는 KBS2 특별기획 드라마〈천둥소리〉(50부작) 는 이점에서 다소 차별화된다. 1TV에서 방영했던〈용의 눈물〉 이나〈태조 왕건〉과 달리 현대적 감각을 대폭 녹인 '서민 사극' 을 그린다는 전략이다.

16일 시사회에 선보인〈천둥소리〉(수.목 밤 9시50분) 첫편은 아쉬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드러냈다. 먼저 허균의 최후 장면으로 드라마를 여는 만큼 극적 긴장감은 팽팽했다. 시청자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으려는 계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KBS 사극은 딱딱하다' 라는 선입견을 떨치기에는 미흡했다. 게다가 출연자들의 연기도 일부 들떠있는 인상이다.

물론 허균이라는 인물을 소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첫회인 만큼 드라마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긴 이르다. 하지만 드라마의 감각을 젊게 하기 위해선 주변 인물과 에피소드를 통한 자잘한 재미와 생동감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가는 힘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생각을 바꿔 내곁에 머물러 달라" 는 광해군의 눈물 앞에서 허균은 "전하께 중요한 것은 왕실의 안위이고, 백성에게 중요한 것은 천지개벽" 이라고 답한 뒤 형장의 이슬이 된다. 시대를 앞질러 살았던 한 인간의 혁명적 사상과 계급적 차별에 대한 인간적 연민과 분노가 드라마에 얼마만큼 힘을 실어줄 지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초반 10회 가량은 허균의 성장 과정을 다룬다. 누이인 허난설헌을 통해 조선조 여성의 삶을, 스승인 이달을 통해 서얼 출신의 설움을, 기생과의 사랑을 통해 계급적 모순을 체득해가는 허균을 보여준다.

반항적인 이미지가 어울린다는 이유로 최재성이 허균역을 맡는다. 어린이 시절 이후인 4회부터 출연한다. 또 기생 이매창 역을 맡은 오정해는 직접 판소리를 하고 가야금을 연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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