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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연봉 10억원, 국민 반감 안 사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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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대기업 임원 연봉의 10%를 삭감하면 청년 일자리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지난해 한 정부 고위급 인사가 이같이 말했다. 곧 이 발언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정·재계의 논쟁으로 번졌고, 기업 임원 연봉에 대한 국민의 큰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이슈는 최근 한 연봉 정보 사이트가 국내 30대 기업 임원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이 조사에 따르면 평균 연봉이 10억원을 넘는 기업이 열 곳이나 됐다. 가장 많이는 60억원을 지급한 기업도 있었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일자리 부족, 국민의 체감경기 악화 등에 따라 금융권과 일부 기업 임원의 고액 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보수·성과급 지급에 대한 외부의 논란은 무의미하다. 충분한 금전적 보상은 기업이 직원을 격려하고 충분한 동기 부여를 통해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전략이다.

한편으로는 고액 연봉이 성과 중심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임원이 ‘임시 직원’의 줄임 말로 불리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기업의 고위직에 대한 연봉 책정 문제는 국내에서만 제기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산업장관은 올 초 기업 임원의 임금을 주주가 결정하도록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주주 75%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임원에게 임금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는 경영진이 결정한 것을 조언하거나 추인하는 정도에 그친다.

런던에 그룹 본사를 두고 있는 피델리티 역시 투명한 임원 보수 결정을 위해 주주 역할을 강화하는 세부 계획안을 지난달 발표했다. 임원 보수 책정을 위한 별도 위원회(Remuneration Committee of the Board)를 만들고, 주주의 75%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위원회 의장을 해임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절차를 마련했다.

 임원에 대한 고액 연봉을 바로잡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지난해 전 세계를 휩쓸었던 ‘반(反)월가 시위’에서 시작됐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여전히 불안한데도 월가 금융회사 임원은 성과급 잔치를 즐긴 것이 국민의 분노를 샀다. 시위는 한 달여 만에 유럽, 아시아 및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런 분노가 퍼져나갈 것을 우려해 기업 임원들에 대한 고액 연봉 지급 관행을 강력히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노력이 있었다. 2009년 임원들의 개인 보수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배주주가 임원의 보수를 마음대로 결정하지 못하게 해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이번 국회 일정상 통과가 어려워 보인다.

 연말마다 일부 기업의 높은 연봉과 성과급 지급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침체한 경제 상황 속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기업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직원의 사기도 높일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방안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 기업은 소비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이윤을 창출한다.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기업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위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세밑, 기업의 성과급 잔치 기사와 함께 많이 나오는 기사가 기업이 소외된 이웃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김장 및 연탄 나르기 등의 행사 얘기다. 많은 기업이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와의 신뢰 관계를 쌓기 위해 사회공헌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다. 미국 경영 전략의 구루로 손꼽히는 하버드대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경영컨설팅 회사 FSG의 마크 크레이머 대표는 “사회공헌 활동은 단순한 호감 차원을 뛰어넘는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고, 또한 발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 사회에서 기업은 단순히 재화를 생산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데 그치는 집단이 아니다. 영업활동에 발판이 되는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사로잡고, 그 이상의 것을 창출해내는 기업만이 이윤과 명예를 영위할 수 있다. 기업들이여, 성공을 추구하기에 앞서 고객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자.

마이클 리드 피델리티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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